조시온 씨(28·여)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GS25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는 20대 사장이다. 스물 네 살이던 2017년 겨울 첫 점포를 연 데 이어 이듬해인 2018년 여름 도보로 30여 분 떨어진 지역에 두 번째 점포를 열었다.
대학 졸업과 직장 생활을 싱가포르에서 했던 조 씨에게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은 사실 무리에 가까웠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춰둔 편의점 창업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 조 씨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SNS을 통해 트렌드도 자연스럽게 파악해 발주에 반영하다보니 본사로부터 ‘20대 청년 점주가 더 빠르게 신문물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고 말했다.
취업 대신 창업으로 미래를 모색하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자영업자는 2018년 1~8월 2.94%에서 올 1~8월 3.4%로 증가했다. 주로 4050세대가 창업했던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20대 사장 비율이 높아지고, ‘공유 주방’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창업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 20대 프랜차이즈 창업에 도전
편의점과 치킨집, 도시락 등 각종 프랜차이즈의 20대 점주 비중은 증가 추세다. GS25의 신규 가맹점주 가운데 20대 비중은 2019년 13.5%에서 올 10월 말 기준 16.4%로 2년 새 2.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도 10.7%에서 11.6%로 늘었다. bhc는 17.8%에서 28.0%로 증가폭이 더 컸다. BBQ 관계자는 “2019년부터 신규 점주 가운데 60%는 20~30대일 정도로 젊은 점주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창업은 40~50대 위주였다. 최근 20대 비중이 높아진 것은 취업에서 미래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창업에 눈을 돌린 가운데 개인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대전에서 bhc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한 정현태 씨(28)도 4년가량 제철 분야 대기업 협력사에서 일을 하다 치킨집 창업으로 눈을 돌린 사례다. 정 씨는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체계를 갖춰두기 때문에 노하우를 받아서 창업하는 것과 같다”며 “본사가 광고도 꾸준히 하고 신메뉴도 정기적으로 출시하는 등 신참내기 창업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 공유주방으로 비용 최소화
자본이 부족한 20대 사장들은 공유주방을 통한 창업을 모색하기도 한다. 점포와 설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판매하는 애프터빈의 이소영 대표(28·여)는 올 2월 위쿡의 공유주방으로 창업했다. 보증금과 월세, 설비, 홍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게 되면서 예상 비용의 20% 수준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법적인 부분이나 소상공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위쿡에서 알려주기도 하고, 공유주방을 같이 사용하는 다른 창업자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사업과 관련해 배울 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20대 사장들은 ‘사장’이 되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창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올 3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연 조종현 씨(28)는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씨는 “작은 회사에 취직도 해봤지만 월급, 워라밸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고 남 밑에서 일하는 것도 성격상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스스로 고민하고 사업을 꾸려갈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서 창업이 늘 수록 산업구조도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20대 프랜차이즈 사장이 늘어나면 젊은 세대의 접근성이 높은 로봇을 이용한 무인점포나 서비스 등이 도입되는 등 기존 산업에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업태의 사업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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