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태원, SK실트론 지분 인수’ 쟁점 심의… 재계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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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원회의… 崔 출석해 직접 설명
崔, SK실트론 지분 29% 인수…회사 사업기회 유용 여부 최종 판단
“공정거래법의 ‘사업기회 제공 행위’…구체 기준없어 자의적 해석 여지
총수 책임경영 위축 우려” 목소리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이 회사의 사업 기회를 가로챈 것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최 회장이 주요 그룹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출석 의사를 밝힌 가운데,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지분 인수가 사업 기회 유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첫 판단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15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검찰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한다. 최 회장 측의 비공개 심의 요청에 따라 이날 회의 내용은 일부만 공개될 예정이다.

사건은 2017년 SK㈜가 당시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고 남은 지분 29.4%를 최 회장이 인수해 불거졌다. SK㈜는 2017년 1월 LG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한 데 이어 4월엔 잔여 지분 19.6%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뺀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최 회장은 이후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의 지분을 같은 가격에 개인 자격으로 인수했다.

공정위는 SK㈜가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저렴한 가격에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다. 지분 매수 직후 2017년 2분기(4∼6월)부터 반도체 초호황기가 이어져 반도체 웨이퍼 기업인 SK실트론은 상당한 이익을 봤고, SK 반도체 계열사와 시너지도 예상돼 있던 상황이었다는 측면에서다. 공정위는 올해 9월 SK에 최 회장의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SK 측은 당시 SK㈜가 이미 정관 변경 등 주요 사안 특별결의가 가능한 총 70.6%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지분 매입은 추가 효용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 회장은 중국 기업 등 경쟁자의 인수를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채권단 지분 입찰에 참여했으며, 당시 입찰에는 해외 경쟁 업체도 참여하는 등 투명하고 적법한 경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게 지분 밀어주기를 하려면 중국 기업 입찰자와 채권단 등 이해관계가 다른 참여자들이 공모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당시 SK㈜가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쟁점에 대해서도 SK 측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SK㈜거버넌스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을 넘어 이번 판단이 재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총수가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행위가 ‘사업 기회 제공’에 따른 불법인지 여부를 처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판단의 법률적인 근거는 공정위가 대기업 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13년 8월 신설한 공정거래법 23조의 2다. 해당 조항은 △유리한 조건의 거래 △상당 규모 거래행위 금지행위에 대해 각각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 제공에 대해서는 행위 유형 등 구체적 기준이 없어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에선 최 회장 외에도 대기업 총수가 미래 사업 전략에 따라 계열사 지분 일부를 개인 자격으로 함께 인수하는 사례도 있어 온 만큼 ‘불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 제재가 결정되면 대기업 총수 경영인들은 향후 자회사 지분 투자에 나설 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 활동 및 기업가의 책임경영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공정위#최태원#sk실트론#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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