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쪼그라든 ‘中企 운동장’]〈6〉中企 납품 단가 제값 받아야
중소제조업 49% “1분기 매출액 감소”… 원자재 비용 상승분 단가 반영 안돼
거래 중단 우려 대금 조정 신청 안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필요
충북의 한 전력케이블 제조업체 A사는 올해 수익성이 8%가량 줄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 비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컴파운드(절연재료의 일종)의 가격은 약 100%, 철선과 테이프는 40∼50% 상승하면서 A사의 제품 생산비용은 15%가량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A사 대표는 “제조중소기업끼리 납품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승한 원자재 가격만큼 올려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7월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과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2곳 중 1곳(49.6%)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납품대금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철강,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납품대금은 그대로라는 지적에 이듬해인 2009년 하도급법에 ‘원자재 상승 납품대금 조정’이 신설됐다. 2011년과 2020년에는 각각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중기중앙회가 개별 기업 대신 납품대금 조정을 대리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기업마저도 자신이 납품대금 조정 신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 대기업으로부터 거래 중단을 당할까 봐 두려워 신청을 꺼린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개별 기업이 신청하지 않아도 중기중앙회가 직접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재료를 독과점으로 공급하는 대기업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독점 지위를 이용해 원자재 단가를 수입 가격 인상분보다 더 올리거나 예고 없이 가격을 인상하면 중소기업들은 제조 대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 등의 문제로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