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6.5% 세액공제 혜택에… 작년 34조원서 올해 9월 43조로
수익률 높은 증권사로 유입 늘자… 은행, ETF 투자 상품으로 반격
매년 수조 원씩 몸집을 불리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찾아 증권사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계속되자, 은행들이 신탁 방식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IRP를 새롭게 선보이며 역공에 나섰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IRP 적립금은 42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34조4000억 원)에 비해 24.7% 늘었다. 2017년 말(15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4년여 만에 2.8배로 급증했다. IRP는 연간 700만 원 한도에서 최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세테크’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IRP 계좌를 옮기는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은행권 IRP에서는 5592억 원이 순유출된 반면 증권사로는 4841억 원이 들어왔다. 증권사 IRP 계좌에서는 ETF, 주식형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가 IRP 3만2000개를 분석한 결과 9월 말 현재 실적배당형 IRP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5.29%였다. 하지만 원리금 보장형 IRP의 수익률은 1.43%에 불과했다.
내년 7월부터 IRP 가입자도 원할 경우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금융사가 알아서 연금 자산을 굴려주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할 수 있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은 IRP를 통해 ETF에 투자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금 개미’ 공략에 나섰다. 그 대신 실시간 매매가 아니라 가입자들의 돈을 모아 ETF에 투자하는 신탁 방식의 우회로를 택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시세를 제공하고 실시간 거래 서비스를 하는 것은 증권사 업무로 규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신한은행은 이달 1일 IRP ETF 신탁상품을 내놨고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이달 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은행권 퇴직연금 ETF는 고객이 원하는 가격에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없어 ‘반쪽짜리’ 실적배당형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4시간 주문 가능하고 펀드처럼 매달 적립식으로 운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했던 은행들이 ETF 투자 방법을 찾으면서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