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지난달부터 이 단지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는 “입주를 두어 달 미뤄 달라”는 전화가 100통 넘게 걸려왔다. 내년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2022년 6월 1일이 지난 뒤 준공승인을 받고 입주해야 종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전했다.
#2. 지은 지 40년이 넘은 서울 서초구 B아파트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는 철거를 앞당겨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022년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이 되기 전에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관할구청에 멸실(滅室) 신고를 해야 내년 치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미뤄지면서 이후 일정이 차례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종부세 피하려 재건축 일정 조정
종부세가 급등하자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마다 내년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고려해 이주 날짜나 입주 날짜를 잡아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아파트 철거는 가급적 빨리 하고 입주는 되도록 미뤄 1년 치 종부세를 줄여보려는 것이다. 다주택이나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내야 하는 종부세 부담액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재건축 일정을 놓고 조합 내 갈등이 커질 소지가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1∼6월)에 입주 예정인 재건축 단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 3구(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고가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부담이 커졌다. 그중에서도 ‘1+1 분양’을 신청해 2채를 분양받은 조합원들의 고민이 크다. 이들은 투기방지책에 따라 2채 중에서 소형 평수 1채는 3년 동안 팔 수 없다. 강남구 한 아파트 조합원인 김모 씨(55)는 “30평대와 20평대 두 채를 분양을 받았는데 내년 종부세가 1억 원이 넘을 것 같다”며 “한 해 치 종부세라도 피해 보고 싶다”고 했다.
○ 1주택자와 다주택자 조합원 간 갈등 소지
실제 입주 일정을 두고 장기보유 1주택 조합원과 다주택 조합원,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들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준공승인 날짜를 올 5월에서 6월로 미뤄 입주한 서초구 C아파트는 올 초 입주 시기를 놓고 홍역을 치렀다. 다주택자인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주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1주택 조합원은 입주 지연으로 발생하는 임차 비용이 더 커 입주를 연기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C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종부세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시공사를 설득해 결국 준공승인 일정을 한 달 미뤘다. 조합원 이모 씨(63)는 “재건축 기간 거주할 전셋집을 입주 시기에 맞춰 계약했는데 입주가 미뤄져 다른 집에서 월세로 두 달을 더 살았다”며 “다주택자 편의를 봐주려다 1주택자만 손해 봤다”고 했다.
이주를 앞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이주하자는 요구가 강하다. 이주를 빠르게 마쳐야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에 주택을 멸실 상태로 만들어 종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올해 종부세 고지서가 나오고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조합장이 최근에 조합원들에게 내년 5월까지 이주에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멸실신고나 준공승인 하루 차이로 내야 할 세금이 많게는 수억 원 차이가 난다”며 “조합원마다 사정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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