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정식 품목 허가를 취득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이 ‘제2 반도체 신화’로 삼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조판매 품목허가’는 국내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중에서는 첫 정식 품목 허가 사례다.
식약처는 모더나코리아가 지난달 8일 신청한 코로나19 예방백신 ‘스파이크박스주’에 대해 제조판매 및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 초도물량 243만 도즈가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국내 방역 현장에 출하됐지만, 이번 품목허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까지 가능해졌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mRNA 백신은 필리핀(11월 26일)과 콜롬비아(12월 2일)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활발한 해외 수출이 기대된다.
이에 더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의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는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완제품(DP, Drug Product)만 생산하는 수준이지만,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계약에 따라 앞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무균충전, 라벨링, 패키징까지 mRNA 백신 생산 관련 엔드투엔드(end-to-end)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번 모더나 백신 정식 품목 허가와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계약에 대해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출범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년간 투자를 거듭하며, 시총 58조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3개의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CAPA 62만 리터로 CDMO 분야의 압도적인 1위로 도약한다.
이 같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삼성은 지난 8월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240조 투자’를 발표하면서 “CDMO?바이오시밀러 강화 통해 제2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향후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해 CDMO 분야에서는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해 절대 우위를 확대하고, 바이오의약품 외에도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신규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압도적인 생산능력(CAPA)은 물론 모더나 백신 생산 과정을 통해 ‘기술’ 측면에서도 ‘검증된 실력’을 전세계 바이오 업계에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생산기술 이전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으며, 짧은 기간에 높은 수율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백신 생산을 조기에 시작했다.
바이오 사업에서 성공은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을 이루고자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도전 목표라고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행보를 시작한 이후 ‘모더나 백신’ 생산을 챙기기 시작했고,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을 예정보다 한달 이상 단축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지난달 1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최근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공조,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도 나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서 보였던 성장 사이클이 바이오 사업에서도 시작된 것 같다”라며 “식약처 품목허가는 ‘제2 반도체 신화’를 향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또 한 걸음을 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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