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이 단행된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다수의 금융통화위원들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에 따라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지 주목된다.
14일 한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1년도 제23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 5명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인상해야 한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는 Δ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 Δ임지원 위원 Δ조윤제 위원 Δ서영경 위원 Δ주상영 위원 Δ이승헌 위원(한은 부총재) Δ박기영 위원 등 7인이 참석했다.
금통위 의장으로서 의견을 내놓지 않는 이 총재와 금리인상 동결 의견을 내놓은 주상영 위원을 제외하면 남은 5명의 금통위원 모두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다만 회의록은 익명으로 작성돼 각 금통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알 수 없다.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물가 오름세가 기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외에도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과 환율 움직임 등을 감안한다면 정책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B 금통위원은 “가격이 상승한 품목의 수, 에너지가격을 포함한 해외요인, 근원인플레이션율 상승, 그리고 2%를 상회하는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세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리인상에 따른 둔화 영향이 추세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과도한 유동성과 현실화되어 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C 금통위원도 “물가의 경우 소비자물가 전망이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물가목표 2% 이상, 관리제외 근원물가도 내년 2%대 초반으로 상향조정됐는데, 최근 물가상승 품목의 확산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상방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D 금통위원은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과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된다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경기의 하방리스크는 제한적인데 반해, 병목현상 등에 따른 물가의 상방리스크는 매우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불균형 누증에 따른 위험에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음. 무엇보다도 가계 및 기업의 레버리지 확대가 지속될 경우 향후 더 큰 폭의 정책조정이 불가피하게 되는 등 정책여건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 확대로 통화정책 기조가 빠르게 바뀔 경우 시장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레버리지 확대는 이러한 외부충격에 우리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 금통위원은 “반도체, 해상물류 등 다양한 부문의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수요측 압력이 더해지면서 대다수 국가에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개월 전에 비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향후 글로벌 공급애로 요인이 완화되고, 유가와 원자재가격 등이 안정되면서 내년에는 대체로 물가안정 목표(2%)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나, 기업의 생산비용 전가 가능성, 기대인플레이션의 흐름 등으로 볼 때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유일하게 기준금리 0.75% 동결을 주장한 주상영 위원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며 “지난 수년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근원인플레이션의 반등은 내수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리플레이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6%를 상회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공급병목에도 기인하지만,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재정투입이 가계소득과 가계소비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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