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비용이 높아 당장 도입을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왕겨 펠릿을 주 연료로 하는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 제조 기술을 갖춘 케이파워는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한 스팀 양만큼 사용료를 받는 구독 서비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고객은 도입 초기, 부담이 큰 보일러 구매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연료 공급부터 보일러 공급, 유지 보수까지 토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케이파워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청정개발체제 사업자로 등록해 10t 보일러 1대당 연간 1만2000t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도 닦았다. 이 같은 수익 모델은 2021년 4월 베트남의 한 박스 생산 공장에 5t 규모의 보일러 1대를 공급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았다. 친환경 보일러의 제조 원가가 10t 규모 보일러 1대당 5억 원이 넘을 정도로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는 점이었다. 케이파워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와중에 2021년 에쓰오일이 서울창업허브와 손잡고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S-OIL × Seoul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에 선발되었고, 이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수익 모델을 검증받고 탄소배출권 판매 등 사업 협력과 후속 투자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김희수 케이파워 이사는 “베트남에서 매년 100대씩 보일러를 공급해 2026년까지 총 500대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에쓰오일은 주 사업 부문인 에너지·석유화학 분야뿐 아니라 화학·소재·배터리,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유망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6곳을 파트너로 선정해 협력하고 있다. AI 기반의 음성·영상 합성 기술인 ‘메타 페르소나(meta persona)’ 기술을 보유한 라이언로켓도 그중 한 곳이다. 라이언로켓은 메타 페르소나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텍스트를 입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와 이미지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온에어 스튜디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급성장하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갖춘 라이언로켓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잠재적인 파트너로 선정했다. 라이언로켓의 메타 페르소나 기술을 디지털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의 중소기업 지원 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는 유망한 스타트업이 에쓰오일 같은 대기업과 사업과 투자 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스케일업(scale-up)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수진 서울창업허브 책임은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선정된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불리는 시리즈A의 투자 단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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