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실트론’ 사건 직접 해명한다…재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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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7시 47분


최태원 SK그룹 회장 2021.10.25/뉴스1 © News1
최태원 SK그룹 회장 2021.10.25/뉴스1 © News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해 SK실트론 사익 편취 의혹 사건에 대해 소명한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형사재판처럼 당사자가 반드시 나올 필요가 없지만, 최 회장은 직접 해명에 나서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실트론 지분 29.4%를 소유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 회장 측의 비공개 심의 요청에 따라 회의 내용은 일부만 공개될 예정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2017년 1월, LG그룹 지주사인 ㈜LG가 보유하고 있던 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주당 1만8139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4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KTB 사모펀드는 남은 지분 49%에 대해 공개 매각에 나선다.

SK실트론 구미 본사 전경© 뉴스1
SK실트론 구미 본사 전경© 뉴스1

SK는 LG로부터 인수한 51%의 지분만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회사의 분할과 같은 주요 사안 결정에 필요한 주총 특별결의 요건(지분 3분의 2 이상)을 고려해 KTB PE가 보유한 지분 19.6%를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다.

TRS란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에 정기적으로 이자와 수수료 등을 지불하는 대가로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해주는 방식이다. 투자자기 지분을 매입할 현금이 없을 때 주로 이용한다. 이로써 SK㈜의 실트론 실질 지분율은 70.6%로 높아진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2535억원(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는데, 최 회장 역시 TRS 방식을 이용했다. SK㈜와 최 회장은 증권사에 연 3% 수준의 이자와 수수료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향후 실트론이 상장하면 해당 지분에 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행위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은 SK실트론 인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SK㈜의 이사 겸 그룹 총수로서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한 정보를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직무 수행 중 얻은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K㈜가 SK실트론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배경 및 인수 절차 등으로 볼 때 향후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SK실트론 지분 인수)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최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볼 소지가 크며, 그 결정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21.9.14/뉴스1 © News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21.9.14/뉴스1 © News1

반면 SK는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은 중국 등 해외 자본에 실트론 지분이 넘어가 주요 주주로 자리할 경우 발생할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강변한다. 실제 최 회장이 2017년 4월 실트론 지분을 공개경쟁입찰 통해 인수할 당시, 중국 업체 1곳이 응찰했다.

이번 최 회장의 출석이 재계의 관심을 더욱 끄는 이유는 양측의 공방을 넘어 대기업 총수가 지분을 매입하는 행위가 사업 기회 제공에 따른 불법인지 여부를 처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총수들이 종종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사업기회 유용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 지분 인수를 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총 80%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확보했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보유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위험 부담도 뒤따른다”라며 “대기업 총수 경영인들이 책임 경영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안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공정위 판정 결과에 따라 크게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원 회의 후 심의 기간을 거쳐 이달 중 이 사안에 대해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결정은 법원의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공정위가 과징금과 시정명령 또는 검찰 고발 등의 결정을 내리고, SK가 불복하면 이후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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