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란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에 정기적으로 이자와 수수료 등을 지불하는 대가로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해주는 방식이다. 투자자기 지분을 매입할 현금이 없을 때 주로 이용한다. 이로써 SK㈜의 실트론 실질 지분율은 70.6%로 높아진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2535억원(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는데, 최 회장 역시 TRS 방식을 이용했다. SK㈜와 최 회장은 증권사에 연 3% 수준의 이자와 수수료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향후 실트론이 상장하면 해당 지분에 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행위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은 SK실트론 인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SK㈜의 이사 겸 그룹 총수로서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한 정보를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직무 수행 중 얻은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K㈜가 SK실트론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배경 및 인수 절차 등으로 볼 때 향후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SK실트론 지분 인수)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최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볼 소지가 크며, 그 결정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반면 SK는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은 중국 등 해외 자본에 실트론 지분이 넘어가 주요 주주로 자리할 경우 발생할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강변한다. 실제 최 회장이 2017년 4월 실트론 지분을 공개경쟁입찰 통해 인수할 당시, 중국 업체 1곳이 응찰했다.
이번 최 회장의 출석이 재계의 관심을 더욱 끄는 이유는 양측의 공방을 넘어 대기업 총수가 지분을 매입하는 행위가 사업 기회 제공에 따른 불법인지 여부를 처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총수들이 종종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사업기회 유용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 지분 인수를 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총 80%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확보했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보유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위험 부담도 뒤따른다”라며 “대기업 총수 경영인들이 책임 경영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안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공정위 판정 결과에 따라 크게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원 회의 후 심의 기간을 거쳐 이달 중 이 사안에 대해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결정은 법원의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공정위가 과징금과 시정명령 또는 검찰 고발 등의 결정을 내리고, SK가 불복하면 이후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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