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목동에 전세 매물 쌓인다…“대출 규제에 학군수요 실종”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1일 08시 03분


“수능이 끝나면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운데, 올해는 매물이 쌓이고 있어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겨울방학 이사철만 되면 학군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전세 계약 대부분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계약 연장 건”이라며 “수능 이후에 전세 계약이 조금 느는가 싶더니, 지금은 문의조차 없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인 데 이어, 전세시장도 26개월 만에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규제가 맞물리면서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수능 이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급등하는 학군 수요마저 사실상 사라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강남과 목동 일부 단지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학군 수요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목동 신시가지 3단지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보호법 시행 이후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이주 대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계약을 연장했다”며 “예년 이맘때에는 학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을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딴판”이라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오르며, 전주(0.10%) 대비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25개 구(邱) 중 22개 구에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

강북지역에선 높은 전셋값 부담과 계약갱신 등으로 전세수요 감소하며 13개 구에서 상승폭 축소된 가운데, 성동구(0.09%)는 정주여건 양호한 행당·금호동 주요 단지 위주로, 용산구(0.08%)는 이촌동 일대 상대적 중저가 위주로, 성북구(0.08%)는 종암·하월곡동 위주로, 강북구(0.08%)는 번동 중소형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지역에서는 서초구(0.11%)는 잠원·반포동 주요 인기 단지 위주로, 강남구(0.10%)는 학군수요 있는 역삼·대치동과 수서동 상대적 중저가 위주로, 강동구(0.09%)는 고덕·암사동 역세권 구축 위주로, 송파구(0.06%)는 상대적 가격 수준 낮은 장지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전세 매물이 늘면서 수급 상황도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00.0)보다 0.9p(포인트) 내린 99.1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가기는 2019년 10월 21일(99.9) 이후 약 26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를 의미한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437건으로, 1년(14건) 전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었다. 또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167건으로, 지난해(1만5523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단기간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세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지면서 사실상 거래가 끊기고, 매물이 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 전셋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전셋값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셋값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되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에는 계약 연장 매물이 신규 매물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입주 물량 감소도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올해(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이는 2019년(4만9359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정부의 금융 규제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예년과 다르게 학군 수요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마다 겨울 전세시장이 학군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전셋값이 급등하고, 정부의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물량 증가에 따른 안정화가 아니라 한정된 공급 속에서 일시적인 수요 위축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내년에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 학군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급불균형으로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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