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해 내년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산정할 때 올해의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일회성 조치라는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데다 자칫 부동산 과세체계의 일관성을 무너뜨려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선 22일(내일)로 예정된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이하 ‘표준공시가격’)의 상승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내년 상반기에 결정되는 개별지가 및 개별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이 오르고,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이 재차 급등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로 인한 성난 표심이 내년 3월에 있을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개별공시가격이 결정돼 주택보유자들에게 통지되는 시점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3~5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 내일 발표될 표준공시가격 폭탄 예방책
여당과 정부가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내년 보유세 동결’ 카드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기초가 되는 내년도 표준공시가격이 22일(내일) 공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될 가격은 표준지 54만 필지와 표준주택(단독·다가구, 다세대 등) 23만 채이다. 전국의 지자체는 이번에 확정된 표준가격을 토대로 개별지가와 개별주택가격 등을 산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번에 공개될 표준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대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집값이 급등한 데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반영률)을 대폭 올리겠다고 예고한 탓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로드맵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도 현실화율 목표치는 평균 58.1%다. 올해(55.8%)보다 2.3%포인트 오른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률보다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그런 일이 발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전국 2.5%, 서울 4.2% 상승했는데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6.7%, 서울 10.1% 상승했다.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른 것이다.
토지도 마찬가지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2007년(12.4%) 이후로 가장 높은 10.37%(전국 평균)나 상승했는데, 가격 상승분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대폭 높여진 게 직격탄이 됐다. 특히 토지는 현실화율이 단독주택(7~15년)이나 공동주택(5~10년)보다 빠르게 8년만인 2028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에 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내년에 공개될 공동주택(아파트·연립·빌라) 공시가격도 상황은 똑같다. 일단 올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13.7%로 지난해(7.6%)를 크게 웃돈다. 특히 올해는 서울(7.8%)보다 경기(22.1%), 인천(23.9%) 등 수도권 지역과 부산(14.0%), 대전(14.4%) 울산(10.1%) 등 지방 광역시가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올해 70.2%에서 내년 71.5%로 1.3%포인트 오른다. 업계에서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9.05%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도에는 20%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그에 따라 보유세를 포함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건강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건보료는 평균 13.4% 상승한다.
이는 종부세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민주당과 정부에 또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이 불어 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종부세는 정부 주장대로라면 2%에 불과하지만 보유세는 주택보유자 전체에게 해당하는 문제다. 역풍의 강도가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내년 대선 이어 지방선거까지 악영향 우려
이로 인한 역풍이 미칠 파장은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에 국한되지 않고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공시가격의 발표 일정이 내년 3~5월에 집중돼 있어서다.
국토부가 누리집에 올린 ‘2022년도 적용 개별공시지가/개별주택가격/공동주택 조사산정지침’에 따르면 22일(내일) 공개되는 표준공시가격을 토대로 선정된 개별공시가격은 내년 3월22일에 공개된다.
이어 해당 부동산 소유주에 대한 열람이 4월11일까지 진행된 뒤 4월29일에 결정 공시가격이 공개된다. 이후 이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가 5월30일까지 진행된다. 공동주택은 물량이 많은 점을 감안해 이의신청 기간이 6월8일로 조금 더 길게 잡혀져 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까지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교육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을 선출하기 위해 4년마다 치러진다. 올해가 8번째인데, 지난 7회 선거에선 민주당이 압승했다.
광역단체장 17석 가운데 14석(82%), 기초단체장 226석 가운데 151석(67%)을 민주당이 차지한 것을 비롯해 광역의회의원(전체 824석·민주당 652석·비율 79.1%) 기초의회의원(2926석·1639석·56.0%) 교육감(17석·14석·82.4%) 등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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