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66)은 현장과 괴리된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주 52시간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분 적용처럼 중소기업의 다양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인 제도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제 시행 후 중기 근로자의 76%가 임금이 삭감됐고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범법의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이 많다”며 “중기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시계 브랜드 로만손으로 출발한 주얼리업체 제이에스티나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2007년, 2011년 각 제23대, 24대 중기중앙회장 직을 맡은 후 2019년 세 번째로 중기중앙회장에 취임했다.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밀착해 다뤄온 그는 한국 중기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불공정한 경영환경을 들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연동되지 않는 납품단가 문제는 그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납품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그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 김 회장은 “납품단가 제값 받기는 ‘거래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탄소중립 과제도 김 회장은 ‘공정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엔 큰 압박”이라며 “탄소중립이 또 다른 불공정한 규제로 작동되지 않으려면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에 맞는 단계적 이행계획과 지원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중기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한 결과 최근 정부 탄소중립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 △중소기업 전용전기요금제 △납품단가 연동제 △탄소저감 시설지원 등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과제로 포함시켰다. 김 회장은 “탄소중립 정책은 중소기업이 동참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정부 측이 받아들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단순한 ‘지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계 역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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