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빵과 케이크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크림 대란’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올 여름에서 가을에 걸친 이상고온 현상 등으로 인해 젖소 사육두수가 줄었지만 우유로 만드는 생크림 수요는 늘어난 탓이다.
23일 소상공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 20일부터 생크림을 급히 구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도 서울, 부산, 대전, 경기 시흥·고양, 충북 충주, 경북 포항 등 다양하다.
한 자영업자는 “지금 예약 주문 케이크들이 많아 생크림을 구해야 하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생크림을 구할 수 없다”며 “여유 있으신 분들은 꼭 연락 달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또다른 자영업자 역시 “기존에 재료를 납품 받는 곳에서도 받을 수 있는 양이 한계가 있고, 근처 큰 마트에 전화를 다 돌려서 재고를 확인하지만 도통 구할 길이 없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은 ‘생크림 대란’에는 Δ초과원유가격 조정에 따라 원유감산을 위해 농가의 사육두수가 감소한 데 더해 Δ올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됐고 Δ생크림 수요가 크게 늘어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 생산은 유업체와 농가 간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데, 지난해 유업체들이 농가 생산량을 줄이면서 소를 도태시킨 영향이 있다”며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 소가 잘 먹어야 하는데 더워서 입맛이 없으니 사료를 잘 먹지 않고, (더우면) 인공수정을 시킬 때 수태도 제대로 되지 않아 (두수 유지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주로 사육되는 젖소의 품종은 대부분 홀스타인종인데, 이 종은 추위에 강한 반면 더위에는 취약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기온이 27도를 넘었을 때 홀스타인종의 사료 섭취량은 4.2% 줄어든다. 우유 생산량은 21~23도일 때보다 8%, 24~26도일 때보다 4.2%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수정의 성공률도 18~20도일 때보다 20~23도일 때 11.3%p, 24~26도까지 올랐을 때 14.4%p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낙농진흥회 가축사육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총사육두수는 39만9680마리로 전년 대비 6148마리, 3분기 총사육두수는 40만357마리로 전년 대비 7775마리 각각 감소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원유생산량은 153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홈쿡’ 열풍 등이 이번 대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식당에 판매되는 생크림도 수요가 늘었고 홈메이드 베이킹·쿠킹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수요 자체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생크림 생산업체 관계자 역시 “전년도보다도 많은 생산 계획에 최대한 맞춰 생크림을 (생산)하고 있는데도 수요가 늘어난 것은 맞다”며 “소비자들이 집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생크림의) 양도, 카페에서 사용하는 양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수요 예측에 기반해 원·부자재를 미리 발주하는 SPC, CJ푸드빌 등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의 경우 생크림 수급에 크게 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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