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회사’ 떼낸 모회사 주가 급락에… ‘쪼개기 상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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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상장 임박한 LG화학, 주가 고점 대비 38.3% 떨어져
“기존 주주, 자회사 주식 못 받고 우리사주-신주 투자자만 이익”

국내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이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올해 2월 5일 102만8000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23일 63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연 고점 대비 38.3%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자회사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1월 상장을 앞두고 있어 최근 하락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쪼개기 상장한 SK케미칼의 주가는 연 고점 대비 67.2% 떨어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쪼개기 상장한 SK이노베이션도 연 고점에 비해 31.8% 하락했다.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해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다. 배터리(2차 전지)와 바이오 등 신산업을 키우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부문만 떼어내 상장하는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업 분할이 이뤄진 50건 가운데 47건(94%)이 물적 분할이었다.

물적 분할을 한 기존 회사(모회사)는 신설 회사(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한다. 하지만 모회사 주주들은 자회사 주식을 직접 나눠 갖지 못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 분할과 투자 유치가 주주 가치 측면에서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주체가 우리사주조합과 신주를 받는 투자자로 한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의 ‘쪼개기 상장’ 이후엔 주가가 추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G화학이 3조 원 규모의 국내 주요 2차 전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 패시브 ETF들은 5000억 원에 달하는 LG화학 주식을 팔고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채워 넣는 리밸런싱에 나설 예정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초기에 2차 전지 ETF 리밸런싱이 이뤄질 경우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 때문에 기업의 물적 분할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물적 분할은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라며 “물적 분할을 인적 분할로 돌리거나, 일반 주주들의 의사에 반할 경우 회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들은 인적 분할 후 대규모 증자를 하면 최대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쪼개기 상장#lg화학#lg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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