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2300채 규모의 A아파트. 올해(1~11월) 경기에서 거래량 1위(545건)를 차지했을 정도로 매매가 집중됐던 단지다. 이곳 매물은 현재 80채로 6월 말(21채)보다 4배 넘게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나 법인이 가격을 3000만~4000만 원 낮춰서 3, 4채씩 한꺼번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올 들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경기와 인천, 지방 아파트 시장이 서울보다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세금과 대출규제로 매수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시군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 1위였던 경기 의왕시는 지난주(20일 기준) 상승세를 멈췄다. 의왕시는 10월 초까지 매주 0.5%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올 들어 총 38.7% 올랐었다. 의왕시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1290채로 올 10월 말(1068채) 대비 20.7% 증가했다. 올해 아파트값이 22.5% 오른 인천도 비슷하다. 인천 매매수급지수는 99.8로 1년 2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질수록 매도세가 강하다는 뜻이다. 인천 미추홀구 4000채 규모의 B아파트 매물은 9월 말 75개에서 현재 136개까지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만큼 올랐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간 통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13일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는 지난달보다 평균 0.5% 올라 1년2개월 만에 0%대에 진입했다. 전국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0.67%를 나타낸 뒤 지난해 11월부터 1%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분양도 늘고 있다. 지난달 인천에서 분양한 ‘송도 자이 더 스타’는 영구 바다 조망권으로 1순위 청약에 2만여 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3대 1을 나타냈지만, 당첨자의 35%(530명)가 계약을 포기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22일 기준) 계약취소와 미분양 등으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전국 20개 단지 중 경기 동두천시, 경남 창원시, 부산 동래구 등 10개 단지에서 또 미달이 났다.
올해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던 경북 포항시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포항시 북구 C아파트 전용 84㎡ 분양권 프리미엄은 올 상반기(1~6월) 6000만 원까지 붙었다가 현재 2000만 원 대로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추석 전엔 문의 전화가 하루 50통 걸려와 일상 업무가 힘들었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했다.
아파트 경매시장 열기도 식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 중 부산, 대구, 울산, 강원, 충북, 전남, 전북, 경북 등 8곳의 낙찰가율이 전월 대비 하락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부터 팔고 있다”며 “단기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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