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심리상담 1년새 237% 증가… 위로-치유 상담 비중 38% 차지
익명 플랫폼 2분기 매출 10배 쑥, 쉽고 편하게 접근… 상담 문턱 낮춰
자신에 맞는 상담사도 선택 가능… “지속적 교류 없을땐 효과 떨어져”
심리상담사 A 씨는 최근 비대면 상담 플랫폼을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직접 얼굴을 맞댈 때보다 오히려 내담자들이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 씨는 “우울증 등으로 고통 받는 분에겐 이동시간이나 낯선 공간조차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며 “각자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언택트 시대’엔 비대면 방식이 오히려 이상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립감 증가로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커지면서 비대면·익명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적 정보를 제공하거나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 심리상담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쉽고 편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심리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네이버에 따르면 법률·경영·심리·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와의 일대일 상담 서비스와 온라인 클래스를 제공하는 ‘엑스퍼트’ 서비스에서 올해 심리상담 분야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올해 초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네이버 엑스퍼트 심리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위로와 치유’ 중심의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37.8%로 가장 높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실외 활동 제약에서 오는 무료함과 우울감에 대한 ‘심리 방역’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플랫폼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심리상담 전문 플랫폼 ‘마인드카페’의 경우 올해 2분기(4∼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누적 회원 수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무료 상담, 전문가와의 유료 상담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멘털케어 플랫폼인 휴마트컴퍼니의 ‘트로스트’도 최근 30억 원대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익명성에 기반한 심리상담과 마음관리 인공지능(AI) 챗봇서비스, 정신과 약물 정보 등을 제공한다.
비대면 상담 플랫폼들은 철저한 익명성과 비대면으로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심리적 부담은 낮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인드카페의 익명 커뮤니티를 이용해 봤다는 대학생 B 씨(25)는 “진로나 학업, 대인관계에서 오는 고민 등을 작성하고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며 “상담요청, 접수, 면담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 상담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담사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의 김규태 대표는 “전문가가 어떤 상담과 진료에 특화돼 있고, 어떤 가격과 후기로 평가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전문가를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담자의 인적사항, 가족, 주변 환경 등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지속적인 교류가 없을 경우 심리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담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고 책임감을 가지며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내담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돕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회복 과정을 돕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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