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생산 10% 늘어 생산과잉
값 하락세 약하고 물가부담 컸지만
여야 대선후보 잇단 압박에 결정
당정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20만 t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쌀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돕기 위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당정협의를 열고 올해 쌀 과잉 생산량 26만8000t 가운데 20만 t을 우선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물량은 필요하면 추가로 격리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1월 양곡수급안정위원회 협의 등을 거쳐 세부적인 매입 계획을 정한다. 매입한 쌀은 공공비축미와 같이 비축해둔다.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지난해보다 10.7% 증가했다. 농가들이 올해 벼 재배 면적을 늘렸고 좋은 기후 여건으로 풍년이 들어서다. 쌀 수요 예측치보다 26만8000t 더 많이 생산됐다. 쌀 수확기인 10월 이후 산지 가격이 계속 하락하자 농민들은 정부에 시장 격리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쌀 산지 가격은 약 3개월간 10%가량 하락했다.
정부는 그동안 “시장 상황을 더 모니터링한 뒤 필요하면 즉시 격리하겠다”며 결정을 미뤄 왔다. 다른 농축산물을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진 데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지난해 쌀값을 고려하면 쌀 가격 하락이 심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연달아 ‘쌀 시장 격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정치권까지 나서서 압박하자 결국 격리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치로 농민들은 쌀값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덜게 됐다. 하지만 고질적인 쌀 과잉 생산 문제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8일 쌀 20kg 소매가격(5만5061원)은 1년 전보다 9.1% 낮지만 평년(5년 평균)보다는 11.4% 비쌌다. 12월 평균 가격도 5만5150원으로 2016∼2019년 같은 달보다 높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급 과잉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산자단체, 지방자치단체와 벼 재배 면적 조정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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