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을 달아 승인하기로 했다. 슬롯(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일부 반납하고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와 재분배하는 조건을 붙였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반납되는 운수권과 슬롯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9일 이런 내용의 두 회사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확정하고 해당 안건을 내년 초 전원회의에 상정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인수한 뒤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10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운항하는 250여 개 노선을 분석하고 총 119개 시장을 획정해 경쟁 제한성 정도를 검토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결합하면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10개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독점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슬롯 중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이 생기지 않거나 점유율이 높아지는 부분을 해소하는 수준으로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결합 승인 조건인 운수권 재분배는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와의 노선 중 두 항공사가 보유한 운수권을 일부 반납해 다른 항공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 일부가 대상이다. 두 항공사가 반납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만 가져갈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외국 공항 슬롯에 대해서는 혼잡공항 여부, 신규진입사의 슬롯 보유 현황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이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밖에 공정위는 운임 인상을 제한해야 하며 공급 축소도 금지하도록 했다. 서비스 축소 금지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 안건으로 정식 상정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내년 1월 말에 열려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 승인을 최종 결정한다. 공정위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최종 승인하더라도 절차가 끝나는 건 아니다. 외국 경쟁당국의 추가 승인이 남았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에서 두 항공사의 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두 항공사가 (승인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해외 경쟁당국과 경쟁 제한성 판단 및 시정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절차에 따라 공정위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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