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정상화하면서 지난해 굳게 닫혔던 대출 문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된 데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확대 적용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대출 금리 상승세까지 계속돼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출을 계획했다면 매 분기 초반을 노리는 한편 고정금리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체 가계대출을 정상화한다. 최대 2000만 원으로 낮췄던 신용대출 한도도 다시 1억 원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던 SC제일은행도 3일부터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재개한다. 출범 열흘 만에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1일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은 최저 금리가 연 3% 초반이며 한도는 2억7000만 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우대금리를 부활시켜 대출 문턱을 낮추는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0.6%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올린다. 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 문을 연 것은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1월 1일자로 재설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조건은 더 까다로워진다. 당장 1월부터 차주별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다.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7월부터는 대출액 기준이 1억 원으로 강화된 3단계 규제가 적용된다.
여기에다 은행별로 주어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연 4∼5%로 지난해(6%대)보다 깐깐해졌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분기별로 대출 총량 관리를 점검할 예정인 만큼 대출자들은 분기 말보다는 분기 초를 노려 대출을 신청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도 대출자들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1∼5.07%에 이른다.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60∼4.978%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기존 대출자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변동, 고정금리 차이가 0.5%포인트 이내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좋다”며 “다만 만기가 1년 이내로 짧다면 변동금리도 괜찮다”고 했다. 이수경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장은 “갈아탈 땐 중도상환 수수료와 가산금리를 잘 살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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