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유통업계 범띠 CEO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악재 속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미래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유통업을 이끄는 대기업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간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상 궤도 진입을 목표로 고군분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시기다.
◇ 코로나19 위기 속 백화점·면세업 수장 대비책 꺼낼까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와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62년생으로 동갑이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으로 꼽힌다. 해외 입출국자 급감으로 국내외 면세점의 정상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난해 조금씩 하늘길이 열리면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면세사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1% 늘었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조5651억원으로 11%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이갑 대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매출 80%를 책임지는 면세사업의 부활은 필수다. 면세업 회복 없이 상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면세업계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많은 국가가 빗장을 다시 걸고 있다. 항공사들도 해외 항공편을 감축하면서 면세업계의 위기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동갑내기 두 대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범띠 CEO가 포진돼 있다. 우선 장호진 현대백화점 대표가 62년생이다. 그는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에 집중하는 경쟁사와 달리 오프라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김은수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대표 역시 62년생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부진 속에서도 서울 강남 갤러리아명품관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데 성공했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해외 명품을 앞세워 고객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백화점 큰손으로 불리는 VIP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도 집중했다. 지난해 VIP(연간 2000만원 이상) 매출 비중은 명품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이밖에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도 1962년생으로 호랑이띠다. 이 대표가 그동안 진두지휘한 코스메틱 부문은 비디비치에 이어 연작·로이비·뽀아레 등 자체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합류한 2017년 5.7%에 불과했던 뷰티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24.8%까지 확대됐다. 앞으로 패션부문에서도 브랜드 전략 강화가 예상된다.
◇ 위기 맞은 식품업계 CEO 차별화 전략 고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과 롯데제과 대표를 맞고 있는 이영구 사장도 1962년 범띠다.
우선 그는 제과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오리온과 자존심 싸움을 벌여야 한다. 최근 오리온에 실적이 밀리면서 1등 자리를 내줬다. 실제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2020년 매출은 각각 2조760억원, 2조2298억원이다. 올해 역시 오리온이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수장 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이유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를 이끄는 김인규 사장(1962년생)도 범띠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 매출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술·혼술 문화 공략과 맥주 테라로 분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1746억원)와 비교해 20% 하락했다. 거리두기 강화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계속된 거리두기 강화로 유통업계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영 리더의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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