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일 ‘부동산 하향 안정세’ 강조… 홍남기 “공급과잉 우려할 정도”
작년 서울 준공 물량 1만8000채↓… 2, 3년 누적 공급부족 해소 쉽지 않아
주택보급률도 서울-전국 모두 하락… 시장 “값 하락세 이어질지 장담 못해”
정부와 청와대가 집값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공급이 충분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2030년까지 매년 주택 56만 채를 공급하겠다”며 “공급 과잉까지 우려할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준공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점 등을 들어 실수요자들이 주택 공급 확대를 크게 체감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아파트 준공 실적·주택보급률 모두 감소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48만8000채로 지난해(46만 채)와 10년 평균(46만9000채)을 모두 웃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현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을 만큼 공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저희가 공급 면에서 결코 다른 정부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공급 전망이 다소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밝힌 입주 예정물량 중 서울 아파트 물량은 3만6000채로 지난해 4만2000채보다 14.3% 줄어든다. 이는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인 3만7000채보다 적은 수준. 실제로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3만8800채로 2020년(5만6784채)보다 1만8000채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준공 물량도 19만3510채에서 15만4426채로, 전국은 37만3220채에서 26만7095채로 각각 20.1%와 28.4% 감소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늘어도 최근 2, 3년 새 누적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집계하는 공급 물량에는 공공임대 등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과는 거리가 있다.
분양가상한제 등 민간 분양시장 규제로 주요 단지의 분양이 미뤄지는 것도 수급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서울 분양 물량 중 약 56%는 지난해 분양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물량이다. 올해도 대선 등의 변수로 계획된 물량이 실제 분양될지는 미지수다.
1인 가구 증가와 가구 분화 등으로 가구 수는 늘어나는데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택보급률까지 후퇴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 기준 주택보급률은 103.6%로 전년(104.8%)보다 낮아졌다. 이는 2017년 말(103.3%) 수준이다. 서울은 94.9%로 2012년(94.8%)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 “집값 하락세 속단 아직은 일러”
홍 부총리는 이날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개 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0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서울도 하락세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에서 지난해 12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상승했다. 1년 전인 2020년 12월 상승 폭(0.18%)보다는 여전히 높다. 게다가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부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은평구, 도봉구 등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도봉구에서 방학역 역세권 ‘대상타운 현대아파트’ 전용 84m²가 지난해 12월 21일 기존 최고가보다 5000만 원가량 오른 10억2900만 원에 거래됐다. 은평구의 경우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85m²가 14억5000만 원에 팔려 기존 최고가보다 5000만 원 높게 거래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도 서울 입주 물량은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며 “일부 지역에서 보이는 가격 하락세가 장기적인 현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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