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공급난에도… 반도체 100조에 폰-가전도 고른 성장
LG전자도 매출 74조 ‘사상 최대’
생활가전 매출, 美 월풀 추월한 듯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279조4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969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로, 반도체와 생활가전, 모바일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른 호조세를 보인 덕분으로 분석된다. LG전자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삼성전자는 매출 279조400억 원, 영업이익 51조5700억 원의 지난해 잠정 경영 실적을 7일 공시했다. 이전 최대 매출이던 2018년 실적(243조7700억 원)보다 14.4% 불어난 규모로, 삼성전자 매출이 200조 원대 후반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58조8800억 원, 2017년 53조6400억 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50조 원대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과 베트남 등 핵심 사업장의 조업 차질이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 원자재 값 상승 등 공급망 훼손 사태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 이뤄낸 사상 최대 실적이라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표는 회사 전체 실적만 나온 잠정 집계로 반도체, 완제품, 디스플레이 등 각 사업별 실적은 이달 27일 공개된다. 하지만 증권가와 전자업계는 지난해 3분기(7∼9월)까지의 추세를 감안할 때 반도체 사업의 매출이 100조 원에 육박하고,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일구며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까지 D램(PC용 기준)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대형 정보기술(IT) 업계의 서버용 D램 수요도 꾸준하기 때문이다. 3분기부터 D램 값이 하락세로 반전됐지만 시장 전망보다 작은 폭에 그쳤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도 수주를 늘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미국 인텔을 누르고 3년여 만에 매출 기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완제품 사업은 QLED TV를 앞세워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세계 TV 1위를 일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비스포크’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인 생활가전사업부의 매출 호조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 중급 제품군 ‘갤럭시 A’ 시리즈 등을 통해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네트워크사업부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사상 첫 ‘매출 300조 원 시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규모가 경쟁사 애플에 비해 작은 박리다매 구조이고,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점유율 차이가 벌어져 있어 앞으로 헤쳐 나갈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LG전자도 지난해 가전, TV 등의 사업 호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조7200억 원, 3조86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같은 날 공시했다. LG전자가 매출 70조 원대 시대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기록(2020년 3조9000억 원)에 다음가는 규모다. LG전자의 이전 최대 매출은 2019년 62조3000억 원이었다.
특히 생활가전 사업에서 세계 최대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가전 사업을 맡은 H&A사업본부의 지난해 1∼9월 누적 매출은 경쟁사 미국 월풀보다 2조3000억 원가량 많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월풀이 공급망 훼손과 반도체 부족으로 판매 차질을 빚었기 때문에 LG가 월풀을 눌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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