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들이 인공지능(AI) 분야로 많이 진출하는 건 수학 지식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학적 훈련을 잘 받은, 수학적 소양을 잘 쌓은 연구자들이 AI 연구에서 새로운 창조적 발견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만난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사진)는 “수학 과목은 수학 지식이 아닌 논리력, 판단력, 분별력 등 수학적 소양을 쌓는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995년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단장과 부단장을 번갈아 맡으며 20년 넘게 수학교육에 힘써 왔다. 2015년 서울시 문화상과 2020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도 수상했다.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중고교 학생 37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학생의 22.6%, 고등학교 2학년의 32.3%가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수포자라는 단어 안 쓰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용어가 개념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단어로 아이들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며 “수학을 멀리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현 입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학 학습 의욕을 높이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수학 지식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일일이 알려주거나 수학이 재미있다고 강조한다고 해서 학습 의욕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국어 교육에서 고려 시대의 시를 실생활에 사용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듯 수학도 공식이나 지식을 실생활에 사용하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학 학습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과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옳은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 같은 소양을 쌓은 인재들이 AI, 데이터사이언스, 철학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