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예외’ 적용
GS벤처스 초대 대표 허준녕 부사장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본격
GS그룹이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산하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했다. 지난달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후 대기업 지주사 산하에 설립된 첫 국내 CVC다. 향후 다른 지주사들도 CVC를 통한 투자활동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9일 GS그룹에 따르면 ㈜GS는 7일 ‘GS벤처스’를 설립하고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GS가 자본금 10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전부를 가진다.
법적 제한이 사라지자마자 GS그룹이 첫 주자로 나선 것은 허태수 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 회장은 GS홈쇼핑 대표이던 2010년부터 국내외 벤처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그룹 회장에 취임(2019년 12월)한 뒤인 2020년 7월에는 미국에 해외 CVC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전에도 지주사의 해외 CVC 설립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GS벤처스 초대 대표에는 허준녕 ㈜GS CVC팀장(부사장·48)이 선임됐다. 허 부사장은 미래에셋, UBS 등에서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하다 지난해 연말 GS에 합류했다. GS벤처스는 향후 ㈜GS와 각 계열사의 자금을 유치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유통, 친환경 등 미래사업 분야에 전문적인 투자를 벌일 예정이다. GS퓨처스와 GS벤처스가 각각 해외 및 국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CVC는 자체 자금 또는 외부에서 유치한 돈을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사로 분류된다. 따라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부진해진 국내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7월 벤처투자에 대한 대기업 지주사 CVC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후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12월 말 시행되면서 GS벤처스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사인 CVC는 펀드상품을 만들어 외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이렇게 모인 대규모 자금을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S벤처스가 뉴에너지 펀드를 만들면 GS에너지나 GS칼텍스 등이 자금을 투입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는 특히 대기업 지주사가 CVC를 보유할 경우 소속 기업집단의 경영 방향에 맞춘 통일성 있는 투자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재무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반 VC보다는 성장의 기회를 보다 장기적으로 부여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CVC가 유치할 수 있는 외부 출자금(GS 관계사 제외)을 40%까지로 제한하고, 지주사가 CVC의 지분 100%를 갖도록 한 조항 등이 포함돼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주도의 세계 최대 VC ‘비전펀드’의 경우 애플, 퀄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대규모 외부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196개 기업에 924억 달러(약 111조 원)를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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