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이 가파른 물가 인상 폭에 따라 약간 오른다. 이들 주종이 ‘물가 연동형 종량세’를 따르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론 맥주 1병당 10원 정도의 인상 효과가 있게 된다.
커피와 햄버거를 비롯한 서민 식음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주류 업계가 세금 인상을 계기로 판매가를 인상할 경우, 1병당 10원이 아닌 더욱 높은 폭일 가능성이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4월1일부터부터 1년간 맥주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855.2원으로 20.8원 인상한다. 탁주는 42.9원으로 1.0원 오른다.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가 오르는 이유는 이들 품목이 물가 연동형 종량세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맥주와 탁주는 1969년 주세법 개정 이후 50년 동안 쭉 ‘종가세’(제조 단가를 기준으로 매기는 세금) 방식으로 세금을 매겨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과세 방식이 종량세(생산량 기준)로 바뀌었다. 국산과 수입 맥주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소위 ‘수제맥주’라고 불리는 소규모 양조업체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종량세 전환은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소주 등 종가세가 적용되는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이다. 종가세가 적용되는 주종은 물가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으로 세액이 늘어나는 반면, 종량세가 적용되는 주종은 가격인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맥주와 탁주에 붙는 종량세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즉, 통계청이 집계한 전년도 물가상승률 만큼 매해 세율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작년만 해도 이 같은 물가 연동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저물가 기조로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주세 인상 폭은 리터당 4.1원(맥주·834.4원), 0.2원(탁주·41.9원)으로 비교적 작았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등 영향으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5%에 달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물가 상승 폭이 전년보다 5배나 커졌단 뜻은 맥주와 막걸리 세금도 그만큼 오른단 의미다.
계산해 보면 맥주의 경우 한 캔 기준(500㎖) 약 10.4원, 막걸리는 한 병 기준(750㎖) 약 0.8원의 인상 효과가 예상된다.
주세 인상은 주류 업계에 직접적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맥주와 막걸리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주종이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9년 만에 연간 2%대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서민 부담이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맥주와 탁주에 대한 세율 인상은 주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나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주와 탁주가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세금 인상을 계기로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맥주 세금은 리터당 4원 인상됐음에도 일부 맥주 가격이 10~30원 오르는 일이 있었다. 세금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이 인상 폭을 키울 수 있다.
지금처럼 물가가 계속 오를 경우 해를 거치며 세금이 거듭 인상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올해 물가 여건은 작년처럼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종전보다 0.3%포인트(p) 높여 잡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