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랜드마크 마케팅’으로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인증샷을 부르는 초대형 영상과 구조물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각 쇼핑몰을 다녀간 이들의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하면서 매장 홍보는 물론이고 실적 상승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 인증샷 열풍에 매출 증가율 전년 두 배
1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중구 본점 외벽을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로 연출한 ‘매지컬 홀리데이’ 영상은 이날 기준 공식 유튜브 채널 조회 수는 211만 회, 인스타그램 조회 수는 1만2000회에 달했다. 방문한 장소를 표시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해시태그는 94만 개를 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벽 중앙의 광고를 없애고 건물을 통째로 초대형 디지털 광고판으로 만들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을 오마주한 3분짜리 영상은 SNS 인증샷과 동영상 등으로 확대·재생산되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이 영상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탄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주요 백화점들의 연평균 매출 증가분이 20% 안팎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잠실은 ‘샤넬 아이스링크’ 인증 인파로 연일 북적인다. 롯데백화점이 샤넬 시그니처 향수 넘버5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 마련한 아이스링크는 하루 1000명 입장 제한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3만 명 예약이 모두 매진됐다. 화이트와 골드 장식으로 멋을 낸 트리와 박스를 배경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인증샷 행렬이 몰리면서 각종 SNS에 1만 건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이스링크장을 찾은 고객들의 유입으로 샤넬뿐 아니라 잠실점 화장품 상품군 매출이 41%, 월드타워점 전체 매출은 53% 성장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 4곳에 300여 그루 생목(生木)을 활용해 동화 속 마을 같은 ‘H빌리지’를 조성한 후 방문객이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 재미·경험 찾아 오프라인으로 나온 MZ세대
유통업계의 랜드마크 마케팅이 최근 주목받는 건 차별화된 재미와 경험 때문이다. 과거에도 건물을 통째로 야경 명소로 만들거나 이색 옥외전시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나 화려한 분위기 연출에 그칠 때가 많았다.
팬데믹은 뻔한 연례행사를 원점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커머스로 생필품부터 명품까지 웬만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연말 거리 두기 강화로 4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자 각 백화점의 ‘감성 명소’는 다중과 추억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높이는 장소로 급부상했다.
이렇다 보니 고급리조트 같은 풍경으로 조성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의왕 등 쇼핑몰 입점 단계부터 공간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마케팅 화두인 ‘고객 체험’과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MZ세대 고객 특성이 융합되면서 ‘즐길 만한 현장’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쇼핑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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