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을 해봐야 알 수 있는 차의 감성이 있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은 쌍용자동차가 새해 벽두에 내놓은 국산 완성차 브랜드의 첫 신차(新車)다. 직전 모델(2021년형)보다 직장인의 ‘오프로더(비포장도로용 차) 로망’을 더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야성미를 부각한 디자인과 주행감이 돋보인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시승식 행사장에서 처음 실물로 마주했을 때부터 그 외관은 거친 감성을 뽐냈다. 시승차는 △와일드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등 기존 3개 트림 이외 이번에 최상위 트림으로 추가된 익스페디션 모델. 미국식 정통 픽업트럭의 진한 감성을 풍기고자 전면부부터 검은색 계통(블랙라디에이터)의 그릴로 꾸며져 있었다.
그 위로는 레터링으로 ‘KHAN’이란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고, 후드에는 패션 가니시가 덧붙여졌다. 앞뒤 범퍼 사이 길이인 전장은 5405mm, 바퀴 간 거리인 축거는 3210mm로 본래 육중한 덩치를 가졌던 차다. 여기에 20인치 블랙휠과 리어스텝이 추가돼 입체감과 역동감이 더해졌다.
행사장에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흥국사까지 왕복 40km 거리를 두 시간 가까이 주행했다. 전날 눈이 내린 데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 달할 만큼 추워 도로 군데군데 살얼음이 깔려 있었다.
은평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30도 이상 경사의 언덕길을 만났을 때는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다. 최고출력 202마력으로 기존(187마력) 대비 엔진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공차 중량만 2180kg에 달하는 이 녀석이 혹시 미끄러지진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막상 경사로에 진입하고 난 이후부터 이 거대한 차는 정상까지 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2륜에서 4륜 모드로 전환했을 땐 흡사 바퀴가 도로와 붙어 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무게중심을 잡았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오프로드를 누비지 않겠는가.
이번 모델엔 차동기어잠금장치(LD)가 적용돼 다른 차동기어장치가 적용된 모델 대비 등판능력은 5.6배, 견인능력은 4배가 더 좋아졌다. 질소산화물을 비롯해 유해물질은 줄이되 연료소비효율은 소폭 향상시킨 파워트레인이다. 다만, 쌍용차는 이번에 새롭게 랙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EPS)을 도입했지만, 핸들을 돌릴 때 여전히 무겁고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세단 승용차를 몰던 직장인 입장에선 그렇다는 얘기다.
인포테인먼트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 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라운드뷰 또한 3차원(3D)으로 시각화해 탑승자가 디스플레이를 눌러 차량을 회전시키면서 주변 환경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집 안 가전기기, 온도조절장치 등을 제어하거나, 차량 운행 정보 등을 관리하는 커넥티드카 시스템(인포콘) 또한 추가됐다. 다른 국산 승용차치곤 그리 놀랄 게 없는 변화이지만, 트럭(픽업) 치곤 꽤나 진보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교외에 있는 목적지를 찍고 다시 도심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주행 성능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역시 직장인이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크기도, 편의성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차를 타고 주말에 캠핑을 떠난다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해 보자니 전혀 다른 설렘이 찾아왔다.
이 차는 최대 700kg까지 적재가 가능한 데다 트레일러를 견인할 때도 좀 더 안전한 운행을 도울 수 있는 기능(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을 제공한다. 어떤 캠핑장비나 운동기구, 레저용품을 실어도 든든하다. 그러니 지친 일상의 스트레스를 싣고 주말 야외로 이 차와 함께 떠난다면? 이런 로망을 체험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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