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 지역이 확산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이 매수세를 더욱 옥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거래 절벽이 더 가속화되면서 가격 상승폭도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늘고, 갭투자자들에게는 위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1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해 인상에 이어 이날 세번째 인상으로 코로나19 발생 무렵인 2020년 2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부동산 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인상 여파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매수세가 둔화하며 상승 폭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주 연속 하락세다. 경기와 인천도 여전히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집값 하락 지역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25개 구 중 4개 구가 하락, 4개 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경기도에서는 의왕시가 하락 전환하며 5곳이 내림세였다. 9개 시·구는 보합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가 오르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하에서 대출 여력이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소득이 급격히 오른 상황이 아니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매수를 하고파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수요자의 인위적인 이탈이 생겨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급격하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란 의견도 있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급격한 상승이긴 하지만 2.5~3% 수준까지 오르지 않고서야 억제 심리로 작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집을 팔고 나와야 할 만큼 이자 부담이 세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무리하게 돈을 끌어모은 경우나 다주택 갭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대출 정도에 따라 금액 차이가 있지만, 2억원을 빌리면 월 이자가 16만원가량 늘어나는 정도”라며 “‘영끌’ 1주택자가 집을 팔 수준은 아니고, 여러 채 갭투자에 나선 경우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영끌족이나 갭투자 등의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 절벽이 심화되며 집값 보합 국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매매가격 상승속도 둔화로 수도권 주요 지역도 보합국면을 나타낼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열려있어 수요자의 주택구입 의사결정은 한동안 숨을 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사더라도 ‘똘똘한 한 채’를 사겠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지역별 양극화는 심해질 전망이다.
함 랩장은 “무분별한 주택 구입보다는 대기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청약수요가 제한될 것”이라며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겠다”고 했다.
감소한 매매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 가 전월세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서 학회장은 “전세 대출도 부담을 느끼는 일이 많아 보증부 월세 시장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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