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중·저신용대출 확대 방침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어느 금융기관의 금리가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지난해 신용등급제에서 신용점수제로 변경된 데다 고신용자 대신 중저신용대출을 확대할수록 평균 대출금리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중간에 낀 대출고객(차주)은 최저 금리로도, 평균 금리로도 자신에게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이 어딘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14일 은행연합회 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3~4등급 차주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중 취급된 국내 주요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4.03~5.31%로 집계됐다. 5~6등급은 4.82~8.31% 수준이다.
3~4등급 기준 우리은행 4.03%, 신한은행 5.09%, 하나은행 5.13%, 국민은행 5.31% 순이었다. 5~6등급은 우리은행 4.82%, 하나은행 6.11%, 신한은행 6.97%, 국민은행 8.31%다.
중저신용대출 확대 과제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3~4등급 기준 4.54%, 5.17%였고 5~6등급은 6.20%, 6.34%였다. 고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카카오뱅크는 이 기간 1~2등급 신규가 아예 없었다.
지난해 신용등급제 대신 바뀐 신용점수제를 반영하면 금리 순위는 달라진다. 금융당국은 올크레딧(KCB) 820점 이하를 중저신용자로 보고 있는데 중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700점대 구간에 속한 차주들이 비교적 촘촘하게 분포해있는데 은행마다 다른 등급에 속한다.
700점 인근 점수대를 751~800점, 701~750점, 651~700점 등 3개 구간으로 나눠보면 첫번째 구간에서 최저 금리인 은행은 카카오뱅크 4.54%(767점)다. 그 다음 우리은행 4.82%(792점), 국민은행 8.31%(751점), 신한은행 8.96%(767점) 등이다.
두번째 구간에서는 카카오뱅크 6.2%(750점), 우리은행 7.63%(722점), 하나은행 8.01%(724점) 순이었고, 세번째 구간에서는 카카오뱅크 8.82%(689점), 케이뱅크 10.02%(689점), 국민은행 10.1%(670점)로 나타났다.
중신용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이 어디인지 한눈에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다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더해지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회사들이 원스톱 대출 금리 비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제휴를 맺은 회사에 한정된다.
최근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카카오뱅크도 뚜껑을 열어보면 700점대 차주에게는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일 수 있다. 특히 고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취급했다고 뭇매를 맞은 뒤 고신용대출을 중단하고 평균 대출 금리가 눈에 띄게 높아진 면이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중 취급한 대출 기준 평균금리 2.81%였던 카카오뱅크는 1년 뒤 7.34%까지 올라갔다.
금융권에서는 중저신용대출 확대 정책을 계속 펼치려면 명확한 정의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 여파로 틈새 시장인 중신용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시중은행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금리, 중신용대출을 늘리겠다고 한 게 당국인데 아직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연합회에 공시하더라도 금리가 어느 정도고 신용등급 내지 점수가 어느 범위인지 은행마다 쓰는 개념이 다 다른데 이런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어떻게 부여할지도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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