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연 1%인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이 같이 밝혔다. 또 “성장과 물가 상황, 경기 전망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은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두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동시에 돈줄 조이기를 가속화하면서 대출 금리 상승세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 “작년보다 올해 물가 더 뛴다”
한은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예상을 벗어난 물가 흐름이다. 이 총재는 “한 달 전만 해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준(2.5%)을 웃도는 2%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대폭 조정했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2%다. 한은은 현재 3%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1~6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 조사해보니 개수가 최근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요인이다.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여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금리 격차를 유지해야만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13일(현지 시간)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은 연내 수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자산 매입 종료 즉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3월 금리 인상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 영끌, 빚투족 비명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다 추가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대출 금리 상승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에,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른 가운데 이 인상 폭 만큼만 대출 금리가 상승해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9조8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38만 원으로 48만3000원 증가했다.
향후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총재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감축하고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출 규제 강화에 금리 인상이 겹쳐 부동산 거래 절벽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전달보다 0.79% 떨어져 1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 또 ‘정책 엇박자’ 논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날 정부가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면서 통화·재정당국의 정책 엇박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한은이 8월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정부가 ‘국민 88%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추진해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엇박자로 볼 상황은 아니다”며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등 큰 흐름을 보고 운영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경 재원 마련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시장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물가는 잡지 못한 채 서민들의 이자 이중고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회수와 공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 신경 써야 한다”며 “올해 예산을 사상 최대로 편성한 만큼 이를 활용해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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