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 9곳에 부과하기로 했던 480억 원의 과징금을 전면 취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앞서 과징금 재조정을 시사했지만 시장조성자 제도 자체에 대한 중요한 결함을 찾지 못한 탓이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끝낸 한국거래소 종합검사에서 시장조성자 제도의 직접적인 결함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지정된 증권사들이 매도·매수 호가를 내며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 9곳을 대상으로 “주문을 과도하게 정정, 취소하며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각각 10억∼90억 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허용한 종목에 대해 적법하게 참여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시장조성자 제도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무리한 제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 원장은 국정감사와 금융투자 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수차례 “한국거래소에 대한 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과징금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거래소 검사에서 시장조성자 제도 자체의 결함을 찾아내 과징금 철회의 명분을 만들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과징금 부과안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조심에서 과징금이 경감되거나 전면 취소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금감원이 이를 자체적으로 철회하지 않는 것은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가 취소한 적이 거의 없는 데다 무리한 징계였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과징금 통보 이후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14개 증권사 중 13곳이 호가 제출을 중단하면서 제도 운영은 4개월 넘게 멈춘 상태다.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끊기면서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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