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알루미늄 등 가격 급등에 주요 업체들 9년만에 1000원 올려
국산 수제맥주도 줄줄이 인상… 4월 주세 오르면 더 오를 가능성
직장인 정모 씨(35)는 최근 지인들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려다 당황했다. 각자 원하는 맥주를 골라 총 4캔을 계산하려 했더니 1만4000원이 나왔다. ‘4캔=1만 원’으로 여겼는데 4000원이나 더 나온 것이다. 점원에게 “계산이 잘못됐다”고 따지니 “수입맥주 일부가 이제 묶음 할인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그는 할인되는 맥주로 바꿔 계산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편의점 수입맥주 ‘4캔에 1만 원’ 시대가 저물었다. 최근 수입맥주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국산 수제맥주 업체들로 번지며 4캔 묶음의 행사 가격이 1만1000원으로 높아졌다. 편의점 수입맥주 판매가 2013년 본격화되며 공식처럼 통했던 묶음 할인이 9년 만에 바뀌게 됐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편의점 내 칭따오 행사 판매 가격이 현재 4캔 1만 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국내 수제맥주 점유율 1위인 제주맥주도 다음 달 1일부터 위트에일, 펠롱에일 등 제품 6종의 도매가를 10%씩 올린다.
‘4캔에 1만 원’ 공식이 깨진 건 수입맥주 1위인 하이네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하이네켄과 에델바이스, 타이거 등 대표 제품의 묶음(4캔)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또 자사 제품이 아닌 다른 맥주까지 4캔을 묶어 살 경우엔 묶음 할인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렸다.
뒤이어 이달 AB인베브가 파는 스텔라아르투아, 호가든, 하이트진로의 블랑1664, 산미상사의 산미구엘 등도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4캔 묶음 할인’에서 이탈하는 제품이 늘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인 편의점 수제맥주인 광화문, 경복궁, 남산 등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주류업계가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선 이유는 맥주 주재료인 맥아(보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 주요 보리 생산국은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14∼36% 감소했다. 포장재인 알루미늄 가격도 지난해 10월 t당 3200달러로 치솟으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에선 유리병 수급이 안 돼 가격 인상을 예고한 주류업체도 나왔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해외 보리 농장의 공급 가격이 1년 사이 30∼35% 높아졌다. 라벨과 박스, 운송비 등 거의 모든 비용이 10% 이상씩 올랐다”고 말했다.
맥주 가격은 주세 인상으로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주세를 L당 20.8원(2.49%) 인상하기로 했다. 상승분이 지난해 주세 인상분(L당 4.1원)보다 5배 커졌다.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주세 인상으로 업소용 병맥주(소병)와 가정용 페트병 등의 출고가를 평균 1.36% 인상했다. 올해 주세가 크게 오르며 캔맥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에서는 “예고된 주세 인상분을 반영하면 현재 평균 5000원 정도인 업소용 병맥주가 6000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술안주로 인기인 치킨과 피자 가격도 잇달아 오르면서 ‘치맥’과 ‘피맥’ 부담도 늘게 됐다. ‘맥주의 단짝’ 치킨은 최근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한 마리당 2만 원을 넘겼다.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이 지난해 11월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8.1% 올렸고, bhc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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