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는 1% 이상 급락해 2,900 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190원대로 올라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9%(31.83포인트) 하락한 2,890.10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800대로 내려간 건 지난해 12월 1일(2,899.72)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2530억 원)과 기관(2594억 원)의 ‘쌍끌이 매도’가 코스피 하락세를 이끌었다. 개인투자자가 481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1.39%(13.49포인트) 내린 957.90에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이 예상보다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7번 인상하거나 통상적으로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국내 국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날 국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04%포인트 오른 연 2.148%로 마감했다. 2018년 6월 21일(연 2.149%)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여기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뚜렷한 경기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빠르게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겹쳐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날 일본(0.74%), 중국(0.58%), 대만(0.66%)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오른 것과 달리 국내 증시만 하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긴축에 나선 영향이 크다”며 “시중 유동성의 차이가 아시아 국가별 증시 방향성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임박한 것도 국내 증시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 등이 단기적으로 급증해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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