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중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경제단체의 제안이 나왔다. 중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서 각종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를 축으로 한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일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아세안 등 5대 경제권의 올해 경제 정책 방향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미중 패권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결국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전략적인 파트너 국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중심 공급망 다변화 주장의 배경이다.
미국이 지난해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중국은 전략물자 수출 금지 시사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긴장 관계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10월부터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대회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패권 다툼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 봉쇄에 대비해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시진핑 3기를 맞아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에 나선 만큼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과 우호국을 중심으로 연내 IPEF를 발족시킬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IPEF 참여로 인한 득과 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이 IPEF 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출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데, 외교 문제마저 불거질 경우 국내 수출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4%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2014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칫 비용 증가와 수출 축소라는 이중고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소원 전경련 미구주협력팀장은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을 대하는 전략과 생산시장으로서 중국을 대하는 전략은 분명 달라야 한다”며 “생산시장 다변화 차원에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힘을 보태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대(對)중국 정책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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