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세금 강화 기조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반 주택을 근린생활시설(근생)으로 변경해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꼼수가 절세 방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에 저렴한 서민 주택이었던 빌라 전·월세 매물도 줄어들며 임대차 시장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세움터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근린생활시설·다가구 주택으로 용도변경 인허가된 건수는 2018년 2809건, 2019년 2764건에서 2020년 3957건, 2021년 4800건으로 급증했다. 2018~2019년 5573건이었던 변경 건수가 2020~2021년 8757건으로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금천구·도봉구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에서 용도 변경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는 301건에서 702건으로 133.2% 늘며 최대 변동률을 기록했고 Δ강동구(115.4%) Δ동작구(109%) Δ성동구(105%) Δ관악구(100.5%) Δ강남구(94.2%) 변경 건수가 2배가량 늘었다.
해당 통계는 용도 변경 이후만 파악할 수 있어 이전 용도를 명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보유세 강화 이후 이러한 흐름이 강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용도 변경이 특히 많았던 곳은 대부분 다주택자 세금에 부정적이었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근생은 소매점이나 음식점, 사무소같은 주민 편의시설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 전 주택에서 근생으로 변경하면, 매도인은 주택으로 팔아 1가구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고 매수자는 근생으로 사들여 취득세 중과를 피하고 대출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호실은 여러 개지만 건물 소유주는 1명으로 잡히는 다가구 주택으로의 변경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4층짜리 25가구짜리 다세대 건물이라면, 4층의 주택 6가구를 사무실 등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다가구 주택 조건인 3층·19가구 이하를 맞추기 위해서다.
주택에서 근생으로 용도를 바꾸는 것은 허가 사항이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입자가 있다면 용도 변경 전 내보내고, 관련 수선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단독·다가구 빌라 여러 채 소유해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이들이나 주택이 포함된 건물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변경 사례가 늘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절세 꼼수에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월세를 살 수 있던 빌라 공급이 줄고 있는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6614만원이지만, 연립 평균 전셋값은 3분의 1 수준인 2억3457만원이다.
전·월세난 가중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 데이터 전문가는 “기존에 주택으로 쓸 수 있던 곳에서 용도 변경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되는 주택, 특히 저렴한 가격대 주택 수가 축소된다는 것”이라며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정부의 1가구 1주택 정책 기조에 기존 주택을 근생으로 용도 변경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임대 주택을 공급해야 시장이 안정화되는데, 정부가 이런 순기능을 간과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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