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MZ세대는 돈 이렇게 쓴다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는 싫어”… 짧은 호흡-친절한 콘텐츠 소비
지식 콘텐츠 서비스 ‘롱블랙’… 습관형성 구독서비스로 어필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뉴닉’은, SNS의 익숙하고 편한 문체 사용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박미현 씨(27)는 지난해 가을부터 지식 콘텐츠 서비스 ‘롱블랙’을 이용 중이다. 평균 8000자가량의 글이 매일 아침 알림과 함께 도착하고, 박 씨는 이메일 확인하듯 매일같이 도착하는 지식을 습관처럼 읽어본다. 박 씨는 “긴 시간을 두고 읽어야 하는 책과 달리 바쁜 직장인에게 짧은 호흡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제시하고, 가독성도 좋아 잘 읽게 되는 것 같다”며 “빠른 트렌드를 포착해야 하는 주변 스타트업 재직자들도 짧은 글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박지윤 씨(32)는 ‘1인 뉴스레터 제작자’다. 일상, 시사 뉴스, 주식 정보 등의 관심사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다뤄 구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한 달에 4편, 5000원가량의 구독료를 받는다. 뉴스레터 제목도 ‘중구난방’인 만큼 다루는 주제와 내용이 매번 다르고, 글의 형식도 친한 친구가 말하는 듯 편하고 친숙하다. 구독자 대부분의 연령은 20, 30대다. 박 씨는 “수익보다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노출하고자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보내는 사람이 자신의 시선으로 여러 사안을 필터링하고 큐레이션한 측면을 재밌게 소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덜 지루하고, 더 간단하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특징짓는 키워드다.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짧은 호흡으로 나만의 취향에 맞춰 세분화해 친절하게 전달하는 콘텐츠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같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도 진화 중이다.
○ 짧지만 꾸준하게, 보고 싶은 정보 골라 소비
지난해 9월 론칭한 롱블랙은 여러 비즈니스 사례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구독서비스다. 특히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매일 자정에 발행되는 콘텐츠는 24시간 안에 읽지 않으면 다시 읽을 기회가 사라진다. 제때 읽어야 하는 방식을 통해 ‘습관형성 구독서비스’를 표방한다. 롱블랙이 제공하는 콘텐츠 하나의 분량은 평균 8000자 정도로 가볍진 않지만, 긴 호흡을 두고 읽어야 하는 책보다는 부담감이 덜하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다양한 지식을 습관처럼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롱블랙을 운영하는 타임앤코의 김종원 부대표는 “모바일 환경에서 스크롤하는 방식으로 웹툰과 웹소설이 인기를 얻는 시대에 300장짜리 두꺼운 책을 젊은 독자들은 소비하지 않는다”며 “지식을 소비하는 방식도 짧고 세분화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뉴닉’은 어려운 뉴스를 친구에게 전달하듯 쉽고 다정하게 풀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주 5일 발행하는 무료 뉴스레터의 구독자 가운데 90%가량이 2030세대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진실성이나 유익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도, SNS의 익숙하고 편한 문체를 사용해 MZ세대로부터 반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뉴스레터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범위는 기성 뉴스보다 넓다. 기존의 언론에서 제공하는 시사 뉴스만을 전달하지 않는 것도 최근 MZ세대가 소비하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특징이다. 제작자들이 자신만의 관심사와 전문분야에 맞춰 세분화된 정보들을 큐레이션해 제공한다. 뉴스레터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티비’에 따르면 최근 제작자들은 한국사부터 개인 에세이, 커피, 음악, 심지어는 귀여운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뉴스레터로 전달하고 있다.
뉴닉에서도 환경, 주식 등 세분화된 주제의 유료 콘텐츠를 준비·제공 중이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MZ세대는) 기성복보다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좋아하는 세대”라며 “모든 이슈를 종합비타민처럼 제공하는 것보다는 취업이나 고민 해결, 주식투자 등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콘텐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 ‘더에스엠씨그룹’의 김용태 대표는 “MZ세대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에 어릴 때부터 동화돼 이를 본능적으로 찾는 세대”라며 “이런 상황에 맞춰 ‘쇼트폼 아티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 넘어 콘텐츠 창작자로
MZ세대는 콘텐츠 소비를 넘어 직접 제작자로 나서기도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대표적인 장르는 게임이다. 젊은층의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 월드를 만들고, 스스로의 게임을 창작하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러한 ‘직접 참여 요소’를 끌어오고 있다. 넥슨은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 게임의 주요 그래픽 애셋을 이용해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젝트 MOD’를 개발 중이다. 맵이나 몬스터, NPC 등의 게임 요소 등을 자의적으로 구현해 ‘나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월드에서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넥슨은 비공개 테스트(CBT) 형식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공모전 ‘CI 2021(Creators Invitational 2021)’도 진행하고 있다. 유저들은 디펜스, 대전결투, 액션 등 다양한 방식의 게임을 출품하고 있었다. 기자도 직접 맵과 장애물, 몬스터 등을 구현해 게임을 만들어 봤다. 사다리나 건물 등 게임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는 물론이고 점프력 등 캐릭터의 능력치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CI 2021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있는 이승록 씨(25)는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바꾸면 더 좋을 텐데 왜 게임 개발자들은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나만의 아이디어를 게임에 반영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쿠키런’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도 유저들이 직접 대회를 개최하거나 맵을 창작하는 등 주체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확장할 수 있는 게임 ‘세이프하우스’(가제)를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최근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재미를 넘어 창의적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다른 유저와 플레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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