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털어도 가방 사기엔 부족”… 가격 저항력 낮은 향수 매출 쑥
카카오선물하기의 ‘스몰럭셔리’선… 핸드워시-헤어미스트 등 인기
20, 30대 거래액 100% 급증
직장인 이모 씨(24)는 월급 날마다 20만 원이 넘는 고급 향수를 하나씩 사 모으고 있다. 화장대 위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향수가 10개 넘게 진열돼 있다. 이 씨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방 가격은 한 달 월급을 털어도 돈이 부족하다”며 “비싸면서 올드한 느낌의 에루샤 가방보다는 니치 향수가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이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고급 향수·핸드워시 등 향기 제품이 큰 인기다.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니치(프리미엄) 향수의 경우 50∼100mL 가격이 20만∼3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지만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2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니치 향수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89.1% 증가했다. 니치 향수는 2020년(61.7%)과 2019년(32.5%)을 거듭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메이크업 제품(23.9%)이나 스킨케어 제품(17.6%) 신장률보다 훨씬 높다.
핸드워시와 헤어미스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향수, 핸드워시 등이 주를 이루는 카카오 선물하기 ‘스몰럭셔리’ 카테고리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81.7% 증가했다. 특히 20, 30대의 거래액만을 놓고 보면 100%가량 올랐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향기가 호텔 선정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 강모 씨(26)는 호캉스 장소를 알아볼 때 가장 먼저 어메니티(amenity)로 쓰이는 브랜드부터 확인한다. 강 씨는 “특급 호텔의 어메니티는 호텔용으로 특별 제작돼 수집 욕구도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있는 프리미엄 제품들은 새해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인 딥디크는 다음 달 4일부터 오드 투알레트 향수 EDT(50mL)를 13만4000원에서 14만3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핸드백 가격을 10% 이상 올린 샤넬의 N°5(넘버 5)는 오드 파르펭 제품이 22만7000원에서 24만2000원으로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명품을 비롯해 니치 향수 등의 수요가 워낙 공고해 가격 저항력이 낮다”며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고가의 향 제품이 인기를 끄는 데는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소비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향에 대한 소비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생기는 현상인데 Z세대는 본인의 소득은 높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시대에 태어났고 진화한 소비문화를 체험한 세대”라며 “특정한 품목으로 인한 만족감에 의미를 두는 가치소비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니치 향수 시장에는 남성 소비자들도 대거 유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수요가 전혀 없던 남성 고객들이 폭증했다”며 “이에 향수 브랜드도 많아지고, 브랜드 내의 라인업도 다양해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남자가 꾸미는 것은 큰 차이가 없어서 향수로 차별화를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향수나 핸드워시 등이 스몰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대표 품목이란 점도 인기 요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보복소비 대상 중에서도 비교적 적은 가격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층은 자신이 원하는 품목에 소비력을 집중하는 집중소비 경향과 고급 제품들에 대한 충성심 높은 팬덤 소비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경향이 최근 향기 제품 인기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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