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추진하며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우려된다. 최근 정부의 추경 발표와 함께 국채금리가 올라 서민경제 ‘뇌관’인 대출금리를 자극하고 있고, 치솟는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4년째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나타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추경발(發) 대출금리 인상 예고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 14조 원 가운데 11조3000억 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방역조치 연장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현금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주기 위한 재원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초과세수 10조 원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초과세수는 4월 2021년 회계연도 결산 전에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신속히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국채발행 예고로 이달 1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1bp(1bp는 0.01%포인트) 올랐다. 13일 1.935%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1일 2.132%까지 치솟았다.
국채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정기 예·적금과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 등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의미한다. 이들이 모두 국채금리 영향을 받는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추경이 대출금리를 자극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추경이 대출금리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18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소비가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 상당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정부 추경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상반기(1~6월) 3%대 중반 이상의 고물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 정부 비축물량 공급 확대 등으로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치권 압박에 추경으로 돈을 풀며 ‘정책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열린 추경 관련 브리핑에서 “추경 규모가 더 늘면 유동성으로 작용해 물가에 대한 우려도 갖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4년 연속 통합재정수지 ‘적자’
연이은 추경은 나라 곳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나라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였던 것은 통합재정수지를 작성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통합재정수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벌어졌던 때도 1997~1999년 3년간만 적자를 보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흑자였던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12조 원 적자로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적자 규모는 71조2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된 지난해 11월까지 적자 규모는 22조4000억 원으로 상당 부분 줄었다. 하지만 잇따른 추경으로 적자 규모는 또 늘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통합재정수지 전망치는 68조1000억 원 적자로 추산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의 추경 확대 요구 등으로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이어지는 확장 재정 상황에서는 버티겠지만, 내년 재정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면 대응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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