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유일하게 판구조 운동을 해서 ‘뜨거운 행성’으로 불리던 지구가 수성이나 금성처럼 차가운 행성으로 변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연구팀은 핵에서 맨틀로 빠져나가는 열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지구행성과학회보’에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와 레이저로 지구 내부의 맨틀과 핵의 경계면에 유사한 2200도의 고온과 80GPa(기가파스칼)의 고압 환경을 조성하고 여기에 맨틀 속 광물과 유사한 인공 광물을 넣어 열전도율을 측정했다. 실제 이 경계면에서 광물을 직접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유사한 성분으로 합성한 브리지마나이트를 넣었다.
그 결과 브리지마나이트의 복사열 전도율은 약 15.2W/mK로 그간 추정하던 8.4∼11W/mK보다 1.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의 복사열 전도율이 크다는 것은 열이 많이 전달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맨틀을 통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많아져 지구가 빠르게 식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계에서 추정하던 맨틀의 방사성 동위원소 함량, 핵의 초기 온도까지 재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 이창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구의 핵은 45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생성될 때부터 맨틀에 열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생성 초기 핵의 온도가 추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학계에서는 지구가 수성이나 금성만큼 식는 데 최소 수십억 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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