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한정식 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9)는 이달부터 직원 2명의 임금을 10만 원씩 올려주기로 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8720원)보다 5.1% 인상된 9160원이 된 여파다. 김 씨는 “직원 월급은 원래 최저임금보다 많지만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는데 직원 월급만 그대로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은 3분의 1로 줄고 식자재 값은 오르자 직원을 반으로 줄이며 버텨온 김 씨는 결국 최근 1인당 2만 원짜리 한정식 가격을 2만2000원으로 올렸다.
1일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높은 물가에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은 식당들이 음식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직원 4명과 국수집을 운영하는 한길로 씨(40)도 며칠 전 국수, 보쌈 등 메뉴 전반을 500~1000원 가량 올렸다. 그는 “식자재 값은 올랐다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은 한 번 오르면 계속 부담”이라며 “주변 순댓국, 치킨집 모두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간판 제작업을 하는 유만호 씨(58)는 “이달 들어 식당 메뉴판 가격을 수정하는 일감을 7건이나 맡았다”면서 “원래 연말연초는 가격 인상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는 유독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임금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른 중소기업 신입연봉 평균은 2793만 원.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주40시간 근무하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은 2297만3280원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신입 평균 연봉과 불과 500만 원 차이다.
섬유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구홍림 씨(56)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기술을 쌓은 직원들의 박탈감이 심해진다”며 직원 월급을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하게 5% 가량 올릴 계획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문식 씨(66)는 지난해 12월 사무직 직원이 “알바와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며 그만둔 후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며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정규 직원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자 기존 월급으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보완하기 위해 2018년부터 사업주에게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보조를 올해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금액은 직원 1인당 월 3만 원으로 줄어들어 고용 현장에서 체감 효과에 회의적이다. 지난해는 5인 미만 사업장은 1인당 7만 원, 5인 이상 사업장은 5만 원을 받았다.
임금 상승이 고용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소공연이 소상공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긴급 실태조사’에서 이미 37.4%는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물가가 임금 상승을 부르고 고임금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 즉 임금 인플레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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