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 때 바닥을 찍었던 국제유가가 이젠 천장을 뚫을 기세로 치솟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 공급난에 더해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올해 배럴당 125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곧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2%대 중반으로 뛸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모든 시중 예금·대출 금리 산정의 토대가 되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전에 비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2011년 4.0%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넘은 건 2012년(2.2%) 이후 9년 만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나 국제유가 상승세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4월 배럴당 23.3달러까지 폭락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에는 배럴당 81.2달러로 치솟았다.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진 12월에는 72.8달러로 잠시 뒷걸음질했지만 이달 1~12일 기준 79.0달러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위축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던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와 미국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은 더디기만 하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마저 뚫고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연내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으며, JP모건은 한술 더 떠서 12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변동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물가가 시차를 두고 큰 폭의 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2년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에 1.1%p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2022년 소비자물가는 2.7%에 이르게 된다.
연평균 120달러의 경우에는 1.4%p 상승 압력에 따라 연간 소비자물가가 3.0%로 대폭 오른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고유가 시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1차 고유가 시기인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1년 전인 2007년(2.5%)과 비교해 2.2%p나 뛰어올랐다. 2차 고유가 시기인 2011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에 달했다. 2010년(2.9%)에 비해 1년 새 1.1%p 올랐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은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모양새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연간 2.0%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후 불과 약 2개월 만인 지난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를 상회하여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물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훌쩍 넘게 된다. 금융권에선 당장 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1.25%로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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