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년여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저가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스탠스 및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매수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리스크의 단기 정점은 다음 달 초중순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충격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단기 불확실성 해소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기업공개(IPO) 상장 수급 부담도 다음 달 초를 정점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낙폭과대 인식 및 저가 매수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 지수는 연초 2977.65포인트에서 이날 장중 2800선을 하회할 정도로 추락하면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코스피 시장에서 올 들어 전날까지 3조6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금의 하락장을 ‘줍줍’의 기회로 삼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연준의 긴축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떄문에 이번주 FOMC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한 뒤, 다음 주에 발표되는 1월 고용상황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 압력을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지난주 후반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조금 낮아졌다”면서도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이나 상반기 내 기준금리 75bp 인상, 또는 예상보다 빠르고 이른 대차대조표 축소 예고 등과 같은 연준의 추가 긴축 전망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아서 주식시장이 최근에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줍줍’ 전략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FOMC 외에도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분기는 전통적인 어닝쇼크의 계절로,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역시 컨센서스를 하회한 가운데 최근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많지는 않지만 4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전망은 벌써 어둡다”며 “전망치를 하회한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전망치를 하회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전망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올해 전망치는 3분기 실적시즌 이후부터 하향 조정되기 시작됐는데 올해 1~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증감률은 지금 전망치 기준으로도 한 자리수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추세 회복은 지연되겠지만 단기 회복은 근접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동성 장세는 계속되겠지만 단기 정점은 곧 통과할 것이어서 줍줍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추세적 반등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방망이를 짧게 잡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다”며 “앞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짧은 이익 듀레이션 뿐만 아니라 마진 하락 리스크가 덜한 업종과 종목이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 연구원은 “마진을 보장하거나(방위 산업, 유틸리티), 원가 부담이 작고 마진 변동성이 낮은 업종이 변동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며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은 필수소비재, 통신, 건설, IT가전, 소프트웨어, 기계 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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