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식물 중에 마지막으로 진화한 속씨식물의 유래다.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는 식물로 공룡이 번성하던 시대에 등장해 ‘꽃과 곤충의 향연’을 이루며 빠르게 지구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오늘날도 여전히 식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찰스 다윈도 ‘속씨식물의 기원은 지독한 미스터리다’라고 했는데, 많은 학자들의 거듭된 도전에도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아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속씨식물의 기원은 쉬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최근 성의 진화와 새로운 종 분화 이론을 다룬 저서 ‘생활사 상속으로 본 성의 진화와 용불용으로 본 종의 분화’를 출간한 과학 애호가 권성희 씨다. 권 씨는 현직 변호사로 부부가 다른 성격끼리 결혼하는 현상에 흥미를 느껴 진화생물학에 입문했다. 그가 말하는 속씨식물의 기원에 대해 들어보자. 원생생물은 핵 속에 염색체가 있는 진핵생물로 염색체를 한 벌 가진 단수체와 같은 염색체를 두 벌 가진 이배체가 있다. 권 씨는 이배체 원생생물은 단수체 원생생물의 유성생식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등장하는 이배체 접합체가 좀 더 가혹한 환경의 주민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아예 이배체 영양형으로 눌러앉은 것으로 본다. 평소 이배체이므로 유성생식 과정에서 감수분열이 먼저 일어나 생식세포를 형성·접합해서 겨울을 났다가 환경이 좋아지면 그대로 증식한다. 단수체 원생생물은 생식세포를 유사분열로 형성·접합해 이배체 접합체 상태로 겨울을 났다가 환경이 좋아지면 감수분열해 평소의 영양형으로 돌아간 후 증식한다. 권씨는 동식물 등 다세포생물을 원생생물이 다세포화 인자를 얻어 단체생활을 하는 생물로 본다. 단수체 원생생물이 식물로, 이배체 원생생물이 동물로 각 퇴적 압착에 의해 진화한 것으로 보는데, 해조류와 해면, 산호와 말미잘 등의 초기 다세포생물이 땅에 부착해서 살아가는 데서 착안했다. 동물과 속씨식물은 암수가 동시에 형성되는 종 분화 원리도 쉽게 설명한다. 원생생물은 단수체건 이배체건 생식세포를 동시에 형성했다. 결국 단지 원생생물이 다세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 다세포생물도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형성할 수밖에 없고, 바로 이것이 이들을 형성하는 암수 배우체가 동시에 형성되는 이유다. 그 결과 속씨식물은 쉽게 암수한그루가 되고 동물도 암수가 동시에 진화한다. 권 씨는 기존의 유전자 중심의 생물학이 미시생물학이라면, 각각의 원생생물의 다세포화 여부 등으로 살펴보는 자신의 이론은 거시생물학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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