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건설사가 시공한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가 최근 10년 사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현장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거나 구조물 사이에 끼는 등의 후진적 사고가 산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작업자 안전 관리가 철저하지 않는 현장이 종종 있는데다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미숙련 노동자의 건설 현장 투입이 늘어난 것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24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설사업장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3위 대형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의 시공 현장에서 생긴 산재 사상자 수는 2011년 125명에서 2020년 707명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총 산재 사상자 수는 3831명에 이르렀다. 지난해의 경우 1~9월 동안만 438명으로 집계돼 2020년과 비슷한 약 700명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2020년 재해 사상자 중 절반 이상(53.6%)은 2018년 이후 3년 동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 사상자 수는 2017년 461명이었던 2018년 627명으로 급증했으며, 2019년 72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고 종류별로는 전체 사고(4269건) 가운데 ‘넘어짐’이 860건(20.1%), ‘떨어짐’이 766건(17.9%), ‘끼임’이 479건(11.2%)을 차지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1군 대형건설사들의 시공 현장에서도 여전히 이 같은 후진적 안전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건 현장의 안전, 작업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11일 건물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재해 사상자수가 2011년 21명에서 2020년 58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10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원철 명예교수는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언어소통이 쉽지 않고 미숙련 노동자가 대부분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2018년부터 건설 현장에 늘었다”면서 “이것이 산업재해 사상자 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국정 과제로 임기 내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사망재해가 아닌 일반재해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리가 안이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사망재해의 전조는 작은 재해인 만큼 경미한 재해부터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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