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배달비 공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배달 플랫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무줄 가격’이란 지적을 받았던 배달비 정보가 공개돼 업체별 비교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주문 플랫폼 업계는 한 음식점 배달비가 여러 플랫폼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비교에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 주문앱마다 다른 배달비…2월부터 투명 공개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월부터 배달 플랫폼별 배달비를 조사해 공개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소비자는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배달 플랫폼별 배달비를 따로 확인했다. 날씨나 거리에 따라 가격이 매번 달라지거나 업체마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고무줄 가격’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부가 배달비 관리에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배달플랫폼별 배달비를 온라인에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비 공개 방법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배달비를 조사해 온라인 사이트에 매달 1회 공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가뜩이나 어려운데”…배달 대행업체 비용 부담 가중
배달 플랫폼 업체는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업계 선두를 달리는 배달의 민족은 자사 금액이 경쟁사보다 높은 것처럼 공개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배달의 민족은 회사와 제휴한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하는 ‘배민1’과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주문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반 주문’을 제공하고 있다. 배민1은 소비자가 음식점과 분담해야하는 배달비 최고액이 5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반면 일반 주문의 경우 배달 대행업체와 식당이 책정한 배달료를 고객이 함께 분담하기 때문에 고객이 지불할 배달비가 배민1의 약 두 배에 이를 수 있다. 실제 배달의 민족에서 샌드위치 메뉴를 판매하는 한 매장은 최소 주문금액이 1만원에 배달팁이 8000원으로 책정됐다. 잠실의 한 팥빙수집에선 1만원 메뉴를 주문하면 1만2000원을 배달비로 내야 한다.
일각에선 배달의 민족은 배민1보다 배달대행 업체를 통한 중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꼬집는다. 코로나19로 배달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배달대행 업체가 새해 들어 요금 인상 행렬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배달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달대행 업체는 생각대로·바로고와 같이 식당과 라이더를 연결해 주는 배달대형 플랫폼이다. 최근 고용보험 의무가입·산재보험 의무가입과 같은 비용도 음식점주에 전가하고 있어 자영업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이 배민1 배달비를 가져간다는 오해가 있다. 고객이 내는 (배민1) 배달팁은 라이더에게 전달되며 단건 부담금은 최대 5000원까지로 설정돼 있다”며 “일반 주문의 경우 배달 대행업체와 점주가 결정하는 가격이라 배달의 민족이 개입할 수는 없다”고말했다.
쿠팡이츠는 2019년부터 모든 주문에서 배민1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분담하는 배달비 최고액을 5000원으로 고정해왔다. 고객과 음식점주가 배달료를 나누어 부담하고 추가 할증 비용은 플랫폼사가 지불하는 방식이다. 쿠팡이츠는 2019년부터 중개수수료는 1000원·배달료는 5000원을 유지하는 프로모션을 8차례 연장했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개편 이후에는 고객 분담금 최고액이 최대 6000원까지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 식당이 여러 주문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배달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이번 공개에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식당이 어떤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주문 플랫폼 업체 안에서도 가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혼동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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