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확정을 앞두고 서울과 제주 등 지방자치단체가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늦춰 달라고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보유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면 주민 부담이 커져 공시가격 인상 폭을 낮춰 달라는 요구다.
올해 표준지는 지난해 대비 10.16%, 표준 단독주택은 7.36% 각각 오른다고 발표한 정부는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조세저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공시가 현실화 계획 고수”…지자체 반발 커질 듯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에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 폭과 속도를 절반으로 낮춰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지가나 집값 등이 많이 오른 자치구들까지 국토부에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너무 올라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제주도 역시 공시가격 연간 상승률 제한 등을 요구하고 나섰고 경기 수원시와 시흥시도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경남 거제시는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5년 연속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며 “공시지가 인상은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정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요청은 전체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춰 달라는 내용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25일 확정되는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12월 발표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20% 이상 오를 듯
25일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확정에 이어 3월 22일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안까지 나오면 이 같은 세 부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세 상승분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까지 고려하면 역대 최대 상승 폭이 예상된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4.1% 올랐다. 2020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7.57% 오른 뒤 지난해 공시가격은 19.05% 상승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지난해 집값이 2020년보다 더 오른 만큼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정부도 이를 의식해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에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 부담 상한을 낮추거나 2021년 공시가격을 올해 보유세 부과 시 사용해 일종의 동결 효과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동결안은 올해 집값이 지난해 오른 만큼 하락하지 않는 한 올해 인상분을 내년으로 미루는 효과만 낸다.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확대되면 납세자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이 시세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실거래가가 하락하면 납세자의 심리적 거부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