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구하기 별따기]
정부, 고용상황 회복세라는데, 구직단념자 작년 3.8% 늘어
전문가 “실제 일자리 상황 드러내”… 장기실업자 13만명, 다시 증가세
정부 “공공 일자리로 고용충격 완화”… “청년 구직난 근본대책 안돼” 지적
“취업이 안 돼 심신이 지쳤어요. 아예 한국을 떠날까 봐요.”
주모 씨(31)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3년간 기업들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학원을 다니며 취업 준비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순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져 점차 지원서를 제출하는 곳이 줄었다. 그는 6개월 전부턴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해외로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까 고민이다.
주 씨처럼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지난해 63만 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6개월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지난해 3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이들 중 절반은 20, 30대 청년층이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를 늘리며 고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직단념자나 장기 실업자가 늘어나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구직단념자, 경기위기 때 실질적 고용지표”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60만5000명)에 비해 3.8%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지난 1년 이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지금은 구직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일자리가 없어도 실업자로 집계되진 않아 ‘숨은 실업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직단념자 수가 경제위기 때 실업률이나 고용률보다 일자리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지표라고 평가한다. 실업률이나 고용률은 정부가 재정 투입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면 개선된다. 숨은 실업자가 늘어도 지표는 좋아지니 ‘고용시장이 개선된다’는 착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15∼29세 실업자는 37만3000명으로 전달보다 오히려 2만9000명 줄어든 착시가 나타났다”며 “구직단념자 추이는 경기위기 때 일자리 상황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고 했다.
장기 실업자도 지난해 증가세로 전환했다.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지난해 12만8000명으로 2020년(11만8000명)에 비해 8.5% 늘었다. 장기 실업자 수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하락세였다가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장기 실업자 중 20, 30대가 6만500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장기 실업자가 늘면 구직단념자가 앞으로 더 증가하기 쉽다.
○ 정부 “공공 부문 인력 확충으로 고용충격 완화”
구직단념자와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있는 건 대기업 채용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직자들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장기 실업자가 됐다가 취업을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2020년 공공 부문 일자리 통계’를 발표하며 2020년 공공 부문 일자리가 276만6000개로 전년보다 16만4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5일간 온라인 형태로 2022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열고 공공기관 정규직 직원을 2만6000명 이상 신규 채용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일자리가 청년들의 경력 공백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등학교와 대학 교과과목을 개편하고 중장년층 취업 교육, 알선 등에 재정을 투입해 구직단념자를 시장에 끌어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유럽에선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보다는 시장이 필요한 인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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