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에 대나무자나 평판(平板·땅의 모양을 직접 재어 그리는 나무판) 등을 이용해 땅을 측량한 뒤 손으로 작성했던 지적도를 현대화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이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조사대상 물량이 이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나고, 실제면적계산 등 현장조사업무를 담당할 민간업체도 120개로 대폭 확대된다. 또 올해 중에 추가로 지적재조사를 실시할 대상지 산정 작업도 본격화된다.
국토교통부는 25일(오늘) 이런 내용의 ‘2022년 지적재조사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적재조사는 2030년 완료를 목표로 2012년부터 추진돼온 사업이다. 1차 대상 사업지는 전국토(3734만 필지)의 14.8%인 554만 필지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109만 필지에 대한 조사가 끝난 상태로, 실적이 목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 지적재조사 속도 높인다
이에 정부는 사업예산을 4배가량 늘리고 지구별 사업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한편, 민간측량사업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관련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업예산이 연 137억 원에서 7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사업대상지도 지난해까지 연평균 물량(8만 필지)의 4배인 32만 필지로 증가했다. 10개를 밑돌던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 수도 120개로 대폭 확대했다.
대신 민간업체는 전체 업무의 35~40%에 달하는 필지측량이나 면적 계산, 토지현황조사서 작성 등 난이도가 낮은 분야를 전담한다. 실측을 통해 달라질 토지경계와 관련한 토지주와의 협의, 경계 확정, 이의신청처리 등과 같은 업무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책임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폭 늘어난 사업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체계를 갖췄다”며 “지자체에도 관련 예산을 조기에 나눠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2030년까지 지적재조사 작업이 진행될 554만 필지 이외에 추가할 물량을 선정하는 작업도 올해부터 본격화할 방침이다. 감사원이 2020년에 목표 물량 이외에도 지적도와 실제 현실경계가 맞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 100여년 만에 다시 그리는 디지털 지적도
이처럼 정부가 지적재조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적도와 현실경계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민원과 분쟁으로 연간 5000억 원에 가까운 소송비용(2009년 기준)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당수 필지는 지적 측량이 불가하여 소유권 이전 또는 건축행위 등 재산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적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지면서 제대로 된 측량이 이뤄지지 못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종이로 제작된 탓에 마모 변형된 데다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손실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여기에 일제가 지적도를 제작하면서 측정기준점을 일본 도쿄로 한 것도 문제였다. 국토 주권 회복 차원에서 지적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적도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측정기준점도 세계측지계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경우 동측으로 365m 가량 편차가 발생한다.
이를 반영한 지적재조사 작업은 2030년 완료를 목표로 2012년부터 진행 중이며, 책정된 사업비만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지적도와 현실경계가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된 지역(‘부합지역’) 2701만 필지에 대한 디지털 전환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이다. 전국토 3734만 필지의 72.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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