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에 ‘빚투 개미’들 패닉… 시총 상위 100종목중 98개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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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700 흔들 - 코스닥 900 붕괴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로비 전광판에 2% 이상 급락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98개가 하락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로비 전광판에 2% 이상 급락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98개가 하락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일주일 사이에 1000만 원이 사라졌네요.”

직장인 권모 씨(33)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겠다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카카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각각 100주 넘게 사들였다. 하지만 올 들어 카카오 주가는 22% 넘게 급락했고 다른 종목도 5% 넘게 빠지면서 ‘멘붕’에 빠졌다. 권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명절 기분은커녕 한숨만 나온다. 물타기를 해야 할지 손절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동학개미’들이 패닉에 빠졌다. 주식 시장은 물론이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장을 이어가는 데다 부동산 시장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5일 “글로벌 긴축 시계가 앞당겨지며 과열된 자산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시총 상위 100개 중 98개 종목 하락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100개 가운데 무려 98개가 하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연출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46% 내렸고, LG화학(―4.17%), 삼성SDI(―5.87%) 등 2차전지 관련 종목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전날 13개월 만에 2,800이 붕괴된 코스피는 이날도 2.56% 급락해 이틀 만에 113.90포인트가 빠졌다. 올 들어서만 코스피는 8.64% 급락해 시가총액 187조 원이 사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2.5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98.6원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2.174%에 마감해 2018년 6월 18일(연 2.178%)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주식,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졌다.

이날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주가 폭락에 전셋값이 사라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는데 투자한 돈 다 잃고 이자만 내게 생겼다”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동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5.49%), 현대모비스(―8.45%), 카카오(―22.13%) 등은 올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빚투’ 부메랑, 반대매매도 늘어나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을 사들였던 개미들이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외상거래’인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98억 원으로, 전달(148억 원)에 비해 33.78% 늘었다. 하락장이 계속되면 ‘빚투 개미’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나 제2금융권 등에서 빌린 주식담보대출도 있어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연일 고꾸라지자 증시를 등지고 안전자산을 찾아 떠나는 투자자도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 들어 12조5927억 원 늘었다. 반대로 지금의 조정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사자 행진’에 나선 동학개미도 있다. 이날 급락장에서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733억 원을 순매수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700 선으로 떨어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정도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실적이 좋은 우량주 위주로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한 시장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주식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로 상향했다.

#증시급락#빚투#동학개미 패닉#코스피#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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