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232조’ 여론전에 꿈쩍않는 美…협상 답보에 속타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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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6일 07시 39분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제품 창고에 쌓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 © News1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제품 창고에 쌓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 © News1
우리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을 제한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개선을 위해 정부가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1년 가까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며 제자리 걸음 중이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중반을 평가할 중간선거까지 다가오며 미국의 관심이 선거에 집중, 재협상 논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주요 주시사 및 상·하원 의원들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싱크탱크, 업계 관계자 등을 두루 면담하며 ‘철강 232조’ 개선 여론전을 펼쳤다.

철강 232조 조치는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발동됐다. 미국은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했는데, 당시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단 명분을 내세우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에 철강관세 25%를 부과하고, 우리나라에는 연간 대미 철강 수출물량을 3년(2015~2017)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수입 제한 조치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됐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EU산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폐했고, 일본과도 재협상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바이든 정부 출범부터 물밑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입 제한 철회를 요구해 왔다. 미국이 EU·일본과 재협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한미 고위급 대화를 비롯해 업계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선 협상을 촉구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 측의 요구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거나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이어왔다. 그러다 이번 여 본부장의 방미에선 사실상 ‘거부’를 시사하면서, 한미 간 철강 232조를 둔 재협상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USTR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리의 조속한 재협상 촉구에 “미국은 철강 산업의 탄소 집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정리를 위한 현재의 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는 당분간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여 본부장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거절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철강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품목이다.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전 세계적 과잉공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고, 그런 부분은 중국 등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타이 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미국 측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미국의 큰 정치 이벤트인 중간선거가 예정되면서, 철강 논의는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철강 이슈가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데다 이번 선거가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중반을 평가하는 시험대 성격의 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여 본부장도 “(미국 선거에서는) 중서부 경합주들이 중요한데, 철강은 그쪽에서 많이 (생산)되는 것이다 보니 미국도 한국의 우려 등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노력하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정부의 분석과 돌파구 마련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정부는 우선 미국의 관심이 선거에 쏠려 있는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철강 232조에 대한 재협상 촉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물꼬를 틔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동맹 참여를 카드로 활용하는 등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IPEF는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최격전지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상 중인 ‘반중전선’의 경제 연대로, 우리나라도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을 가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하고 (철강 232조 재협상 요구를) 연결 지어 관철시켜야 한다”고 무역확장법과 IPEF의 연계 필요성을 제언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해서 재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가능한 (한미) 양자 간 의견을 풀어 나가려는 노력과 함께 여러가지 아웃리치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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